[기고] 경기도 연정의 한계와 해법

남경필 도지사가 새정치민주연합에 제한한 연정모델은 ‘독일식 연정’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무부지사인 사회통합부지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독일식 연정은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영되는 체제로 경기도의 경우 집행불신임이나 의회해산 같은 제도가 없기 때문에 전혀 다른 제도이다.

남경필 도지사가 연정을 제안하면서 ‘대한민국 정치 및 권력구조 개편’을 표방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참여하는 연정을 통해 정책추진을 함에 있어 협의를 통해 순탄하게 진행하겠다는 포석으로 분석할 수 있다. 남경필 도지사 연정제안의 주요배경에는 도지사 선거 0.8%p 차 신승, 경기도의회 의석구조(야당 78, 여당 50)라는 정치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도 연정이 독일식 연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과 같은 연합정부가 아닌 ‘연합정치’라 표방한 경기도 연정은 ‘신뢰’가 깨졌을 때는 독일식 연정과는 달리 어떠한 안정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와 같은 야당간의 대연정의 경우에는 견제 세력이 없다는 위험요소가 있는 것이다. 경기도 ‘연합정치’는 집행부불신임과 의회해산이 보장되어 선거를 다시 치룰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원칙과 방향성, 내용이 모호한 정체불명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연정에는 함정이 있다. 실질적인 의미의 ‘연정’이 성공하려면 정책과 인사권의 실질적인 분점, 의원의 집행부 참여가 가능해야 하는데 경기도 연정은 현재의 법과 제도상 매우 제한된 틀에서 정책합의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다. 실절적인 연정은 없으면서 무늬만 연정을 하게 되면 연정에 따른 공동책임 부담으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우려가 있고,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유권자들이 집행부는 새누리당을, 도의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선택한 민의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야당 부재로 인한 의회기능의 약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만약 도의회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닌 새누리당을 다수당으로 선택하였다면 남경필 도지사가 이러한 연정을 제안하였겠는가? 현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연정’이라는 덫은 유권자들이 연립정부와 연합정치의 차이를 구별하기 보다는 연정참여 여부만으로 옳고 그름을 외관상으로만 판단하여 연정에서 발을 빼는 순간 상생과 협력을 거부하고 정쟁만을 일삼으려는 세력으로 낙인찍히는 구도이다.

남경필 도지사는 6·4 지방선거 후보 시절부터 정무부지사직을 야당에 내놓겠다고 공약을 했고, 경기도청 3개의 부지사 자리 중 야당에 사회통합부지사 직을 제안하였다. 야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겠다고 밝힌 사회통합부지사의 경우 보건복지국, 환경국, 여성가족국 등 3국고하 정무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대외협력담당관을 배치, 사실상 경기도 조직의 일부를 야당에 내어준 모습이다. 사회통합부지사는 정무기능 뿐만이 아니라 인사추천권과 예산편성권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사회통합부지사가 들러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헌법 제118조제2항은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고 있으므로, 다수당 의원 중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임하거나 지방의회의원이 집행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여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영하도록 중장기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인데, 현행 대통령제 하에 의원내각제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연정에 대한 미련보다는 연정의 태생적 한계를 인식하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신기한 실험을 하느라 세월을 허비하기 보다는 전문가, 여야 의원, 도지사, 교육감이 모두 모여 협의를 할 수 있는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고 협의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되, 경기도민께서 견제하라고 만들어준 여소야대의 민심을 도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초심의 자세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기도의회 여·야 공무원 학계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칭 경기도 정치제도 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제도개선을 통하여 실질적인 연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김호겸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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