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鐵 역사 ‘갈등’… 장호원ㆍ감곡 멀어진 ‘이웃사촌’

청미천 사이에 두고 공동생활권 기차역 60~70m 이전 줄다리기
입지 장호원쪽으로 변경안 마련 감곡비대위 “원위치 시켜라” 반발

충북과 생활권이 얽혀 있는 이천 장호원읍이 결국 철도 역사위치 문제로 충북 감곡면과 갈등을 빚게 됐다. 60~70m 거리의 위치 변경을 두고 음성군과 충북도, 충북 지역 여론은 ‘꼼수’라며 이천시와 국토부를 맹포격하고 있다.

이들은 청미천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예로부터 서로 내집처럼 드나드는 이웃사촌이었다. 특히 생산철을 맞으며 소비층의 인기를 사로잡고 있는 ‘햇사레복숭아’도 장호원과 감곡의 연합브랜드다.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과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경계지대는 통상 청미천으로 구분짓고 있다. 하지만 장호원읍 노탑4리의 경우, 청미천을 건너 충북 감곡읍에 위치해 생활권이 이들 주민들과 같다.

이곳 일원에 중부내륙철도 역사가 들어서면서 결국, ‘위태로운 동거’에 금이 갈 조짐이다. 이천에서 충북 충주를 연결하는 중부내륙선(총연장 53.9㎞) 건설에 따른 역사위치를 놓고 서로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장호원ㆍ감곡 역사건립 과정은 지난 2002년 예비타당성 조사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천시는 전체노선 중 시 통과지역이 26%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 장호원 지역에 역사를 설치해 줄 것을 수차례 건의했다. 이에 따라 4년 후인 2006년 청미천을 건너 감곡에 위치한 장호원 노탑4리와 감곡 경계지점에 역사가 위치하는 것으로 고시됐다.

이후 기본설계 과정에서 장호원 주민들은 보다 편한 역사 이용을 위해 청미천 횡단교량 설치를 요구했고 결국 기본설계는 ‘장호원 노탑4리 역사 설치’, ‘접근 교량 설치’ 등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후 실시설계 과정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기본설계와는 다른 역사위치를 감곡으로 100~110m 정도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런 사실이 주민설명회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자 장호원 주민들은 원래대로 해 달라며 곧바로 반발했고 공단측은 결국 설계 재검토의사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감곡으로의 위치변경이 비록 안전성 및 예산문제 때문이라지만 사전에 아무런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기에 반발은 더 컸다.

공단은 이에 따라 최근 역사위치를 장호원과 감곡 경계지점인 군도 22호선상으로 변경, 이들 두 지역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사실상 최종 협의를 마쳤다. 실시계획 당시 지점보다 장호원읍 노탑4리쪽으로 60~70m 정도 이전된 위치 변경안이다.

이천시와 장호원 주민들은 기본계획에 근접한 공단측 방침 선회에 대해 그나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감곡의 집단반발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장호원지역 주장이 감곡지역에 피해를 준다면 감곡이 제기하고 있는 민원에 동의를 하겠지만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는 이런 반발은 또 다른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공단은 이러한 취지를 감안, 민원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음성군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구성, 지난 8일 대정부 항의시위에 나섰고 음성군의회도 지난 4일 감곡역사 설치 요구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감곡에 설치하기로 했던 역사위치가 ‘꼼수’로 변경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감곡역사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지난 4월 실시계획에는 역사위치가 감곡면이었으나 최근 장호원읍으로 뒤바뀌었다”며 “역사의 명칭을 장호원역으로 빼앗아가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천=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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