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결혼은 기쁨인가 부담인가

혹시 ‘4포세대’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3포세대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워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2030세대를 일컫는 대표적 신조어이다.

요즘은 스펙 쌓기와 일자리 전쟁에 치여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4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했고, 내집마련을 포기한 5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결혼이 포기대상이 되는 세태를 풍자한 2030세대의 고충을 보면 결혼은 비단 부모들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부담인 것이 확실하다.

어느 외국에서는 딸을 낳으면 그 때부터 10여년 이상 돈을 모아 두었다가 결혼 때 혼례준비 및 지인과 친척들을 위한 잔치비용으로 그 돈을 다 써버리기도 하고, 심지어 일부는 막대한 빚까지 떠안고 빈곤한 삶을 살기도 한다고 한다. 이를 과시욕이 강한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우리의 결혼문화는 언제부턴가 신랑 신부 간 결합의 상징성보다는 두 집안의 재력 및 사회적 지위의 과시수단으로 변질되어 과소비 예식문화가 보편화되었고, 과거 전통혼례에서 신랑 측이 신부 측에 혼인 허락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신부용 혼수와 물목을 함에 넣어 보내던 납폐의 전통도 지금은 신랑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에 대한 대가로 신부 측이 신랑 측에 돈이나 예단을 보내는 혼수문화로 변질되어 있다.

여성가족부(2012)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평균 결혼비용 2억808만 원 중 신혼집 마련에 1억4천만원, 결혼식과 신혼여행에 2천400만원 그리고 혼수마련에 4천2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는 GDP를 고려하지 않은 채 G2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신혼집값이 포함된 평균 결혼비용(미국은 약 4천 300만원, 중국은 약 7천600만원)과 단순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결혼비용이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에서는 결혼에 호화사치 풍조가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5%가 그렇다고 대답하였고, 호화사치의 이유에 대해서는 남들만큼의 결혼식 거행이 27.6%, 물질만능의 사회풍조가 24.6%, 사회지도층의 과시적 혼례 모방이 21.5%, 건전한 결혼모델 부재가 17.4% 등으로 나타났다.

즉 대다수 국민들은 자신의 형편이나 주관보다는 남의 눈과 체면을 중시하여 사회 일반의 호화사치 결혼풍조에 동조하고 있고 그 결과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도 과도한 결혼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문화가 이처럼 낭비와 사치의 허례허식으로 변질된 이유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널리 퍼져있는 사회지도층들의 호화결혼 풍속에서 일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사회지도층들이 솔선수범하여 실용적이고 건전한 예식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를 실천한다면 일반 국민들도 결혼에 대한 인식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결혼과 관련된 정보가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건전한 결혼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안내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늘어나고 염가의 결혼식장 대여시설 확대 및 모범 결혼사례 등에 관한 구체적 정보가 많이 제공된다면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과도한 결혼비용의 지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결혼만큼 성스럽고 즐거운 의식은 흔치 않다. 그러나 기쁘고 즐거워야 할 문화가 부모와 신혼부부에게 부담을 주고 경제적·정신적 고통까지 주고 있다면 주객이 전도 되어도 한참 전도된 것이 아닐까. 이제는 건전한 결혼문화 정착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허영과 과시욕으로 가득 찬 조제핀을 몰아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전선영 용인대학교 라이프디자인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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