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깜깜이 도로’ 밤길 운전자 잡는다

재두루미 도래지역… 8년째 가로등 없어
암흑천지 야간 주행 추돌사고 ‘마의 구간’

김포시를 관통하는 48번 국도 우회도로에 가로등이 하나도 설치돼 있지 않아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재두루미 도래지역 인근 도로라는 이유로 가로등 없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어 대형 교통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26일 김포시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한강유역환경청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48번 국도의 교통혼잡 해소를 위해 지난 2006년 12월 고촌면 태리에서 우회해 향산리, 걸포동을 지나 장기동 한강신도시에 연결하는 길이 8㎞, 편도 3차선 우회도로를 건설했다.

그러나 도로건설 과정에서 환경당국의 반대로 재두루미 등 겨울철새 취식지역인 향산리 홍도평을 지나는 2.6㎞ 구간에는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은 채 우회도로를 준공했다.

이로 인해 야간에는 도로주행 중 가로등이 없는 구간에서 돌연 암흑으로 변해 운전자들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서 대형 추돌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8년째 방치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이 우회도로에서 발생한 23건의 추돌사고 중 5건이 가로등이 없는 이 구간에서 심야나 새벽시간에 발생했으며 올해만도 벌써 5건의 추돌사고 중 심야에만 3건이 발생, 10여명의 운전자와 승객이 중경상을 입었다.

주민 서모씨(44·김포시 장기동)는 “우회도로를 통해 매일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데 가로등이 없는 구간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며 “가로등이 왜 설치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재두루미 보호라는 환경당국의 방침과 김포시의 안전불감증에 떠밀려 애꿎은 운전자들만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환경청은 “재두루미 등 겨울철새의 환경피해 저감방안이나 재두루미 도래의 현저한 감소 등 객관적인 입증이 있어야 가로등 설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시는 환경청의 요구에 따라 올 추경에 가로등 설치를 위한 해당 용역비를 요청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삭감됐다.

시 관계자는 “환경청과 협의하기 위한 관련 연구용역비를 올 추경에 요청했지만 재정 사정으로 삭감됐다”며 “빠른 시일내에 용역비를 확보해 가로등 설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포=양형찬기자 yang21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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