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24년, 가동을 멈추다

박지성, 현역 축구인생 은퇴… “무릎부상 더 뛸 수 없어”
“지도자 생각 없지만 축구발전에 노력”… 7월 27일 화촉

‘영원한 캡틴’ 박지성(33ㆍ에인트호벤)이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24년간의 축구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지성은 14일 수원 영통구 박지성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자리는 공식적인 은퇴를 말씀드리려는 자리”라며 “그동안 무릎 부상으로 많은 고민을 해왔고, 이 상태로 다음 시즌을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현역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직 QPR(퀸즈파크 레인저스)과의 계약이 1년 남아 있는 박지성은 최근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와 만나 은퇴 문제를 논의해 허락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2002 한ㆍ일월드컵 ‘4강 신화’를 비롯한 세 차례의 월드컵대회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에 공헌한 박지성은 올 시즌을 끝으로 프로생활 14년을 포함한 축구인생 24년을 마감하게 됐다.

박지성은 “섭섭하다거나 눈물이 나지는 않는다. 그만큼 축구선수로서 미련이 남은게 없다.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좋은 결과를 얻었고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셔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은퇴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이날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의 결혼에 대해서도 언급한 그는 “오는 7월 27일에 서울 W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며 “결혼식과 관련해 따로 기자회견을 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일단은 유럽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천천히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지도자를 할 생각은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와 스포츠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지성은 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라는 질문에 “믿음이 가는 선수라고 생각해주신다면 영광”이라며 “그런 생각을 가진 팬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스스로가 ‘좋은 선수 생활을 했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박지성은 끝으로 “선수로서의 인생은 마무리됐지만, 그간 팬들에게 받아온 사랑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지성은 비록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에인트호벤의 일원으로 오는 22일 수원 삼성, 24일 경남FC와의 친선경기에 출전해 국내 팬들과 작별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영원한 캡틴, 명승부ㆍ명장면

월드컵 3연속 출전ㆍ득점 UEFA 챔스리그 우승 등 한국인 첫 EPL무대 맹활약

14일 은퇴를 선언한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33)은 특유의 헌신적인 플레이로 한국 축구에 ‘큰 획’을 그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록 많은 골은 아니지만 큰 경기에서 인상적인 골들을 기록했고, 왕성한 활동량으로 명장면들을 연출해내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 월드컵 3연속 득점포= 박지성은 ‘수비형 윙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공격보다 수비에 능했지만, 한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나설 때면 유독 강한 공격성향을 내비쳤다.

그중 단연 손에 꼽히는 경기는 한ㆍ일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D조 3차전이다. 박지성은 이 경기에서 0대0으로 맞선 후반 25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영표의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아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비토르 바이아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터뜨린 왼발 슛은 오늘의 박지성을 있게 한 명장면이다.

이밖에도 박지성은 프랑스와의 2006년 독일 월드컵 G조 2차전에서도 0대1로 패색이 짙던 후반 36분 조재진의 헤딩패스를 발끝으로 밀어 넣어 동점골을 터뜨렸으며,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 무대였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조별리그 그리스전에서도 쐐기골을 넣었다.

■ 바르셀로나 중원 해체= 세계 최고의 패스 플레이를 자랑하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도 전성기의 박지성은 버거운 상대였다. 박지성은 바르셀로나와의 2007-20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를 괴롭혔고, 주도권을 잡았음에도 박지성 때문에 특유의 섬세한 축구를 구사하지 못한 바르셀로나는 끝내 무릎을 꿇었다. 맨유는 결승전에서 첼시를 승부차기 끝에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 결정적인 득점포 작렬= 박지성은 2008-200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명문 아스널을 상대로 결정적인 골을 터뜨리며 상당한 고충을 안겼다. 그런 활약상은 그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도 되풀이됐다. 맨유는 홈 1차전에서 1대0으로 이긴 뒤 다소 불안하게 홈 2차전에 들어갔다.

박지성은 2차전에서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고 기세가 오른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두 골을 보태 3대1로 완승을 거뒀다.

그는 2010-2011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홈 2차전에서도 1대1로 맞선 후반 32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맨유는 1대0으로 앞서다가 디디에 드로그바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위기를 맞았으나 박지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4강 출전권을 낚았다.

박지성은 2010-2011시즌 울버 햄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에서는 멀티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0대0으로 맞선 전반 45분과 1대1로 맞선 후반 27분에 천금 같은 골을 터뜨려 당시 선두경쟁으로 압박을 받던 맨유에 숨통을 틔웠다.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