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지덕지 광고물 없는 의류수거함 제작 혁신

재활용의류함 전문 제조 ‘농서의류함’ 이재득 대표

“광고물 없는 거리와 깨끗한 도시환경을 위한 제품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

국내 재활용의류함 점유율 80%의 강소업체 ‘농서의류함’ 이재득 대표(52)의 말이다. 그는 광고물 부착방지 도료가 코팅된 의류수거함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그의 제품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주택가 흉물로 전락하는 의류함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가 업계에 투신한 시기는 지난 2001년. 재활용이 사회의 큰 화두로 자리잡던 시류를 읽고 아파트, 다세대주택 의류함 제작사업에 나선 것이다. 초기에는 의류함을 제작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 막힘없이 주문이 들어오면서 사세가 눈에 띄게 확장됐다.

그는 “나무만 만지던 제게 철판은 그야말로 막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작정 밀어부쳤습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재활용 의류에 대한 시선이 퇴색해 시장수요가 점차 줄어들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특히 아파트단지와 다세대주택가에 비치된 의류함에 각종 광고물이 도배되면서 오히려 골칫거리로 전락하자 이 대표는 묘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광고물이 부착되지 않는 깨끗한 의류함을 만들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 이 대표는 광고물 부착 방지용 스티커나 분체도장, 도료를 생산하는 업체가 수없이 많지만 효용연한이 짧다는 흠결을 파악, 2011년부터 새로운 도료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200여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국내 유수업체에서 생산되는 도료보다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개발해냈다. 이 대표의 끈질긴 인내심과 직원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실이었다.

그리고 2012년부터 신규제작되는 의류함에 이 도료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서울시는 물론 각 지자체에서 농서의류함의 제품이 기존 업체보다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판단해 주문이 쏟아지게 된 것이다. 그의 사업계획은 이제 의류함에서 벗어나 가로등, 전신주, 분전함 등을 향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도료가 널리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꾸준한 혁신 드라이브의 원천은 이 대표가 어린시절 겪었던 어려움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가정형편 탓에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웬만한 이들 같으면 낙담할 법도 했지만 이 대표는 작업 현장에서도 책임감 있는 인부로 주위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이 대표는 “중학교 문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만큼 남보다 더 땀을 흘리면 안됐던 형편이었다”며 “지금도 저는 과거를 거울삼아 앞으로 나가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저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박상돈기자 psd161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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