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새로운 도시계획 패러다임

최근 기후변화와 세계 경기침체 및 탈산업사회로의 전환 등 도시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폭우나 폭설로 인해 심각한 재해가 발생함에 따라 도시의 안전과 방재시스템이 계획분야의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한편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위기와 함께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중산층의 몰락 및 빈곤층의 확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균형 있는 경제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의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더불어 의학기술의 발전, 사람들의 의식변화는 우리사회를 저출산·고령화·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게 하였고, 이와 함께 나타난 1인가구의 빠른 증가현상은 새로운 주택 및 복지정책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전반적인 사회변화에 맞추어 우리나라 도시계획의 패러다임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197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는 무분별한 개발과 양적 성장을 지속해왔다. 특히 경제논리가 우선된 공급자 중심의 고층·고밀 개발방식은 자족성과 다양성이 결여된 획일적 도시환경을 양산하였다.

또한 주민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한 전면철거형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원주민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아울러 도시외곽지역의 난개발은 자연환경의 파괴와 교통혼잡의 문제를 유발한 반면, 기성시가지의 경우 상주인구의 감소와 함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 도심기능이 점차 쇠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심각한 도시문제가 만연함과 동시에 건설경기의 악화와 주택시장의 침체현상이 지속되는 현시점에서 최근 새로운 계획 패러다임이 도시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철거 위주의 재개발, 재건축이나 주택의 양적공급 형태인 신개발보다는 주민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도시재생사업 또는 도시의 보전과 성장관리 정책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국토·도시정책은 살고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음의 실천전략을 고려할 때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보행자 중심의 걷고 싶은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벗어나 보행자를 우선하고 다양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 가로공간을 제공할 때 시민의 유대감 형성은 물론 도시의 활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중교통 중심의 스마트한 도시가 실현으로 도시통행의 편리성을 제고하고 토지이용계획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보유하지 못한 거주민에 대한 배려는 대기환경오염의 감소뿐만 아니라 수입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다. 셋째, 시민의 만남을 유도하는 문화복합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복합용도개발방식은 다양한 기능간의 상호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넷째, 다양성과 특징 있는 도시이미지를 확립해야 한다. 매력적이고 성공적인 도시이미지는 주택유형의 다양성과 고유의 빛을 낼 수 있는 건축·도시디자인에 기초할 때 성립될 수 있다. 다섯째, 재미있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창조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유비쿼터스 및 IT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화를 창조산업의 근간으로 삼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여섯째, 지역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주민주도의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친화적인 지속가능한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기존의 자연환경 맥락을 유지하고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을 중시하는 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적으로 건전한 도시가 조성될 것이다.

이우종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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