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은 사법개혁위원회가 지난 1995년 논의를 시작되어 2004년 10여 년에 걸친 공론 끝에 도입하였지만 도입 당시 문제가 되었던 과다한 학비로 인한 진입장벽의 문제가 현실화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과거 사법시험의 대표적인 폐해 중 하나는 고시 낭인 문제였다. 그러나 2001년 사법시험 합격자의 평균 준비기간은 5년으로 조사되었고 합격자의 평균 연령도 30세, 그리고 응시자대비 합격률은 과거 1%대에서 3%대로 나타나 고시재수생의 문제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는 추세였다.
로스쿨, 과다 학비 등 새 문제 발생
이외에도 4년제 법과대학이 사법시험 준비학원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구인수요의 다양화로 직업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과거 ‘법대생=고시준비’라는 공식은 깨어진 지 오래다.
특히 로스쿨 도입배경에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법조인으로 선발하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서울대 출신 사법고시 합격자의 전공을 보면 사법고시 합격자 888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334명이었으며 이들 서울대 출신 중 법학 비전공자가 169명으로 50.6%를 차지해 법학전공자 165명보다 많았다.
이처럼 사법시험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개선되어가는 징후가 뚜렷했으나 이 같은 자정기능은 무시되었고 지난 2009년 사법시험에 대한 반성이란 명목으로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전국 25개 대학에서 시행 중인 로스쿨은 대학별로 장학금 제도가 있지만 3년간 최소한의 등록금만 4,500만 원,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로스쿨을 도입한 대학교들은 4년제 법과대학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은 법학과목을 수강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해방 이후 70년간 민주 시민사회의 기반을 마련한 기초 법학 학문들은 고사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학부의 폐지로, 변호사가 아니라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공인중개사와 같은 법조 인근 직역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의 공부가 더 어려워진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학사, 석사, 박사과정으로 구분되어 체계적으로 발전하던 법학이 로스쿨 도입으로 학문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법을 적용하는 기술사들만 양성한다는 새로운 비판에도 직면하게 되었다.
다양한 학부에서 입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할 수도 있으나, 현재 로스쿨의 교육 과정은 기존 학부의 법학교육 과정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로스쿨에 입학하여 동일한 과정을 두 번 반복하는 낭비적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로스쿨 제도 도입을 참고한 일본에서는 법학전공 학생들의 수료기간을 1년간 단축시켜주는 방법을 채택하기도 한다.
사법시험 유지 방안 적극 검토해야
로스쿨이 비록 많은 합의과정을 통하여 도출되었지만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한 약자 배려를 통한 사회적 통합기능을 검토할 때 사법시험을 폐지하지 않고 사법시험과 로스쿨 2가지 방법으로 법조인을 양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난 1980년대 대학시절 읽었던 어느 수험생의 합격 수기가 생각난다.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 구두닦기와 신문팔이 그리고 겨울에는 골목에서 온기가 남아있는 연탄재를 끌어안고 잠을 청하며 공부해 검정고시를 거쳐 끝내 사법고시에 합격했던 그 청년은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취약계층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 누가 청년에게서 ‘희망의 사다리’를 빼앗아 갈 수 있겠는가.
함진규 국회의원(새누리당·시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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