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의 난장 ‘남사당놀이’… 세계를 울리고 웃기다

안성 바우덕이축제

조선이 마지막 토하는 숨결 위에 잠시 다녀간 한 푸른 처녀.

그가 황혼빛을 받으며 추는 춤은 노을처럼 아름다웠고 그의 노래는 고왔지만 그림자는 차가웠다.

그리고 속은 병이 들고 떠나갔다.

1848년 태어나 5세 되던 해 아버지를 잃고 남사당패에 입문, 15세 때 여성 최초로 꼭두쇠가 되어 60~70여명의 남사당패를 이끈 당대 최고의 꼭두쇠 바우덕이.

여자 꼭두쇠로 살다 23세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조선예인 바우덕이는 천민으로서 남사당놀이를 통해 세상을 풍자하고 흥과 신명을 기반으로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공연을 펼쳤다.

그의 기세와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풍물패가 풍물을 두드리면 밥을 먹던 서민들은 집안에서 젓가락을 두드리고 빨래하는 아낙네는 방망이 아니면 엉덩이를 흔들었다.

조선이 토해낸 안성 바우덕이를 안성시가 국내 유일하게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 민속축전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당시 시는 시민들이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를 심도있게 고민해 지역만이 가지는 국제형, 국내형 축제로 승화시키고자 안성시립 남사당 풍물단을 설립했다.

이후 풍물단의 흥과 신명은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 우리나라 대표 문화사절단으로 초청받으면서 남사당의 신화를 전 세계에 알리게 됐다.

특히 전 세계민속축전을 2012년 안성에 유치하면서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경제유발 효과를 이끌어 냈다.

남사당패를 통해 신명과 흥, 문화적 가치의 우수성을 삶에 찌든 모든 이들에게 해학을 파고들게 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맞게 한 것이다.

 

■안성 남사당의 유래와 풍물단 창단

조선시대 후기에 결성된 남사당패 발원지는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청룡사로 이곳을 안성 남사당이라 불렀다.

당시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힘들어하는 일꾼에게 흥과 신명을 안겨주고자 바우덕이의 공연을 초청했다.

노역자들을 기쁘게 해 준 흥선대원군은 감사의 표시로 예인 바우덕이에게 정3품 당상관에 해당하는 벼슬 옥자관을 수여했다.

이때부터 바우덕이는 전국 남사당패와 모든 놀이패의 우두머리 단체가 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연예인을 바우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안성시는 이를 계승하고자 김기복씨를 중심으로 1989년 남사당 문화를 복원,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안성맞춤 바우덕이 세계축전으로 인정

2001년 처음 시작한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2006년 유네스코 공식기구인 CIOFF의 공식 축제로 지정받았다.

특히 2014년은 대한민국축제예술 대상을 차지하는 등 남사당의 흥과 신명, 해학의 문화적 우수성 가치를 인정받았다.

남사당 풍물단은 2002년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고 바우덕이 축제 기반으로 7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안성세계민속축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당시 세계민속 축전은 76억원이라는 축제 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리면서 안성 토속 옹기와 유기는 물론 농산물 판매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남사당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꾀한다

안성 남사당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안성맞춤 랜드 전용 공연장에서 9개월 간에 걸친 상설 공연으로 볼거리, 즐길거리로 남사당을 알리고 있다.

특히 천문학관, 공예관, 사계절 눈썰매장이 들어선 안성맞춤 랜드는 가족단위 관람객에 여가선용의 공간마저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과 관광객을 위한 남사당 공연은 꼭두쇠 바우덕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기본 축으로 경복궁 중건과 남사당패의 생생한 이야깃거리로 구성돼 있다.

이에 시는 그동안 무료로 진행했던 공연을 유로화 시키면서 다양한 공연 변화를 통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7회 상설공연과 초청 공연, 국외 공연을 포함해 모두 13억1천700만원의 공연 수입을 거두는 성과를 올렸다.

결국, 안성 시립남사당 풍물단은 얼어붙은 서민들에게 삶의 활력소를 불어 넣으면서 지역 홍보는 물론 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 정체성을 알린다

대한민국은 4천여개의 축제가 있다. 그러나 안성맞춤 바우덕이 축제는 지역 정서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개성을 최대한 살린 독창적인 축제로 손꼽히고 있다.

매년 10월 개최되는 바우덕이 축제는 안성지역 15개 읍·면·동 40개 단체 5천여명의 주민들이 동참해 지역의 특성을 살린 길놀이 패들로 안성 도심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남사당 공연 프로그램과 성과

2013년 안성 남사당 공연 관람객은 1일 평균 600명 이상으로 그중 외지인의 비율이 88%에 달하고 있다.

그만큼 안성 남사당은 지역을 넘어선 국내형 남사당 공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공연은 남사당의 전통적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절묘하게 결합시켜 감동의 이야기로 엮어 나가는 신개념의 공연으로 거듭났다.

역사적 주제로 신명과 한, 흥, 그리고 감동이 스며 있는 한편의 극적 드라마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에 있다.

이런 주제로 말미암아 안성 남사당은 2014년 대한민국축제 콘텐츠대상, 경기도 대표 10대 축제선정 등 다양한 성과를 일궈냈다.

■흥이 넘치는 남사당의 6마당

남사당 6마당 중 곰뱅이는 “곰방이 텃다”를 외치고 패거리 모두가 이 소식을 기뻐하며 이에 흥겨운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난장 속에서 살판 공연이 이어진다.

무동은 귀여운 애기 무동의 천진난만함과 어른 무동의 익살과 해학 가득한 공연으로 흥겨운 춤사위와 결합해 흥을 돋우고 3무동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버나는 익살스런 버나잽이의 구성진 입담과 함께 버나를 던지며 받아내는 공연으로 버나잽이 각각의 개인기가 돋보이는 장면으로 형형색색의 버나와 집채만 한 버나를 돌린다.

이 밖에도 재주와 신명나는 놀이판, 외줄에서 펼쳐지는 익살스런 만담의 줄타기와 묘기, 흥청거리듯 춤으로 신명을 돋구는 장구춤 등이 남사당의 대표적 공연이다.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성시가 야심차게 매년 준비하는 상설공연은 올해 4만5천여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이는 지난해 대비 10.4% 증가한 수준으로 공연 수입 목표는 1억5천만원으로 전년대비 13.8%에 달한다.

특히 시는 주중 남사당 체험교실을 확대해 줄타기, 버나 돌리기, 덧뵈기, 탈춤동작 배우기, 연 만들기, 염색, 도자 체험 등으로 내용을 풍성하게 했다.

일명 찾아가는 남사당놀이 기획공연을 아파트단지, 상가, 학교, 다중집합소 등으로 선정해 6월부터 10월까지 공연을 진행한다.

이는 남사당을 홍보하고 삶에 지친 시민들에게 흥과 신명으로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불어 넣고자 했기 때문이다.

결국, 진일보된 공연으로 안성만이 가지는 문화 콘텐츠를 더욱 활용, 전통의 멋을 한층 역동적이게 만들겠다는 시의 의지에 있다.

안성=박석원기자 swpar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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