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빈곤 사각지대와 선별복지

기초연금 지급과 무상보육 등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정부의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넘었다. 보편적 복지 추진으로 중산층까지 복지혜택을 누리게 됐지만 정작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저소득 빈민층의 숫자는 오히려 135만1천명으로 전년보다 3% 감소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많았던 2009년(156만 9천명)의 86%수준으로 4년째 감소추세이다. 이러한 추세가 수급자들이 빈곤을 탈출하여 자립을 하게 되었다는 징표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의 수급권자 자격에서 탈락하여 빈곤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숫자가 더 증가하였음을 의미한다. 헌법상 보장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은 유례없는 빠른 성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현 정부는 ‘국민행복시대’를 표방하면서 2017년까지 잠재적 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를 이루겠다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가치가 행복을 대변할 수가 있을까.

2012년 영국의 신경제재단에서 조사한 세계 국민 행복지수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151개국 중 63위이다. 1위는 중미의 코스타리카가 차지했다. 코스타리카는 1인당 GDP가 9천500달러(2012, IMF 기준)로 세계 67위인 나라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만3천679달러로 세계에서 34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나라의 행복지수가 1위인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4%로 OECD 평균의 3배가 넘고,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의 근로소득 격차는 OECD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절망을 느끼는 사람들의 최후선택인 자살률은 세계 1위이다.

최근 세모녀의 죽음으로 다시 불거진 빈곤 사각지대 논쟁을 보면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양 축의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선별복지를 하면 세금을 내는 다수의 혜택이 등한시 되는 것 같고, 보편복지를 하면 이가 빠진 선별복지가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있는 듯한 현실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기본적 속옷도 제대로 차려 입지 못한 사람을 놔둔 채 일괄 멋진 겉옷을 나눠준다는 것은 문제다. 선별복지부터 온전하게 챙기고 보편복지로 행복감을 충전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원래 올 10월부터는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던 문제점을 개선하여 적용할 예정이었다. 즉, 현행제도는 일단 수급자가 되면 의료교육생계주거 등 7종의 급여와 전기료난방비 지원을 모두 한꺼번에 지원하여 오히려 수급자들의 근로동기를 낮추기 때문에 이를 수급자의 필요에 따라 분야별로 급여를 차별화하여 분리 지급하는 ‘맞춤형 개별지원’ 방식으로 개편하고자 했지만 기초연금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국회에서 위 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하였다.

위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재산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의 다층화 없이는 궁극적인 구제책이 될 수 없다.

더 이상 실질적 연락도 부양도 없는 가족의 존재 때문에 수급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양가족으로부터의 억지 부양금액이 산정되는 비현실적인 기준 적용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럴싸한 선심(善心)보다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고자 하는 필심(必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선영 용인대학교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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