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도 축구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방콕 시내 곳곳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이용한 광고들을 접할 수 있고,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같이 아시안챔피언스리그에서 선전을 통해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태국의 축구팀들도 있다.
최근 태국에서는 6월에 예정된 월드컵 중계방송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건이 진행되고 있어 소개한다.
식당ㆍ호프집서 TV보며 월드컵 응원
한 회사가 일찍이 2005년 9월에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태국에서의 중계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월드컵 전체 64개의 경기중에서 22개만을 지상파를 통해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고, 나머지 경기는 별도의 셋탑박스를 통해 유료로 보게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 태국의 국가방송통신위원회(NBTC)는 태국 국민들이 모든 월드컵 경기를 지상파로 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방침을 세워서 이 회사의 계획을 문제삼고 있다.
태국 국가방송통신위원회의 이같은 대응은 작년 1월부터 발효된 이른바 ‘must have’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방송중계권자는 동아시안게임, 아시안 게임, 올림픽 게임, 월드컵 등 7개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서는 지상파를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이 규정이 잘 적용된다면 태국의 시청자들은 주요한 스포츠 경기들을 별도의 비용없이 지상파 TV를 통해 편하게 시청할 수 있게 되겠지만, 반면에 중계권자들은 중계권을 활용한 보다 많은 수익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
얼마 전 태국의 중앙행정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서 중계권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월드컵중계권을 확보한 시점이 ‘must have’ 규정의 효력발생일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태국 국가방송통신위원회는 최고행정법원에 항소할 방침을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었던 월드컵용 셋탑박스의 판매도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 무료인지 유료인지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허락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법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위성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는 KBS1과 EBS에 대하여 변경없이 동시에 재송신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규정이 난시청 해소와 보편적 서비스 접근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규정된 것이라면, 태국의 앞선 규정은 스포츠 경기에의 접근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흥미롭다. 방송환경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중계권자들은 모두가 관심있어 하는 스포츠 이벤트를 유료로 전환하지 않고 있는 점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월드컵 시즌이 되면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함께 식당이나 호프집에서 TV 화면 앞에 모여 응원하는 일이 많아진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에게 TV를 시청하게 하는 것이 저작권법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방송사업자 공연권 미치치 않을 것
우리 저작권법은 ‘방송사업자는 공중의 접근이 가능한 장소에서 방송의 시청과 관련하여 입장료를 받는 경우에 그 방송을 공연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을 보게 하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료를 받는 경우에만 방송사업자의 공연권이 있다.
방송을 직접 이용해 수익을 낸다면 방송사업자에게도 그 일부가 돌아가는 것이 형평에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당이나 호프집은 음식이나 음료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일 뿐이므로 방송사업자의 공연권이 미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다가오는 월드컵에서의 우리나라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해도 좋을 것 같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방콕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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