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고용과 복지

복지 정책을 수립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늘려도 모자라는 것이 복지 예산이다. 그러나 국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복지 이외에도 지원해야 하는 예산 수요는 증가하고 있고, 국민의 부채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어 유독 복지에만 계속적으로 그 비중을 늘리기는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비용을 무턱대고 줄이자고 주장하면 국민의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정부라는 지탄을 듣게 될 것이 뻔하니 매우 예민한 화제거리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입장이 된다면 과연 여태까지 쏟은 예산이 국민 삶의 질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를 질문하게 되고, 따라서 공공이든 민간이든 그 비용을 집행하며 국민의 삶을 돌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성과를 증명해 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비용 대비 성과를 나타내기에 가장 가시적 지표는 바로 고용 창출이다. 국가의 지원을 받던 대상자가 스스로의 역량이 강화돼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갖게 되고, 국가의 지원없이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기에 이보다 더 매력적인 성과 지표는 쉽게 찾기 힘들다.

올해도 정부는 고용과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면서 복지 수혜자가 원스톱으로 고용에 이르도록 지원하기 위한 효율적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복지서비스의 궁극적 목적이 고용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는 오해에서 만큼은 벗어나야 할 것이다. 만약 모든 복지서비스의 최종 목표가 고용 창출이라면 다음 몇 가지의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복지 대상자의 선정에서부터 고용 창출이 가능한 대상자로 선호하게 되면서 받게 될 복지대상자의 차별과 소외의 오류이다. 고용을 원하지 않거나 고용기회에서 배제돼야 하는 개인적·환경적 상황이 마치 대상자의 비협조나 무능력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복지서비스 제공자의 선호도나 대상자 지원의 적극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근로 기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직업능력 향상과 기회제공과의 연결이 대종을 이루는 실업자 지원과 같다고 생각하는 오류이다.

복지 대상자에게 있어서 실직은 세습된 빈곤과 가족 환경에서 얻은 상처의 치유, 자신감의 회복, 단절된 인간관계의 회복, 경험에서 공유하고 있는 자신들만의 문화에서 탈피해 다양한 문화의 체험과 향유를 통한 긍정적 감정으로의 회복과 세상과 자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 다양한 욕구에 대한 하나의 징표일 뿐이다.

복지와 고용을 담당하는 이들이 부처를 넘어서서 고민을 함께 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성과의 징표를 만들기 위해 취업할만한 사람만을 골라 취업기회를 연결하기 위한 당근의 역할로 복지 서비스를 활용하려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또한 복지 대상자의 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이해하고 도우려는 과정과 노력이 무시된 무조건적인 직업 연결은 높은 중도 탈락율이라는 또 다른 비효율의 문제만을 남길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조현순 경인여자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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