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은퇴한 50대의 창업과 폐업

은퇴한 50대는 자영업을 창업한다. 자영업자 규모는 2012년 약 713만 명에서 2013년 705만 명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50대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212만 명에서 217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2013년 들어 50대는 자영업자의 30%를 넘어섰으며, 60대 이상까지 포함하면 57.2%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은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퇴직은 은퇴가 아니라 제2의 삶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고용시장은 구조적으로 은퇴자를 재취업시키기 어렵다.

일자리 없어 비자발적으로 창업

은퇴한 50대는 비자발적으로 창업한다. 은퇴 후 재취업을 희망하지만, 재취업하기 적합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 대안으로 자영업을 창업하는 것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기간은 평균 3개월 가량이다. 짧은 기간 준비해서 창업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흔히 보는 업종을 벗어 날 수 없다. 치킨집, 식당, 제과점, 호프집 등과 같이 주택가 주변에 밀집해 있는 업종들을 ‘생활밀접형 자영업’이라고 구분한다. 이미 과밀하게 분포되어 있는 레드오션에 경험도 없고 준비도 없는 50대 창업자가 뛰어드는 것이다.

자영업 창업자의 과반수가 2년 내 폐업하고 있다. 준비 없이 창업한 베이비부머세대는 과잉경쟁에 따라 수익성이 열악하여 폐업하게 되는 것이다. 자영업자 월평균 소득이 150만 원 이하로, 월세 및 관리비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부도 자영업자 중 50대가 47.6%를 차지했다. 50대는 은퇴 전 모아두었던 자금을 모두 창업비용에 쓰고, 폐업 후 회생이 어렵게 된다. 실제로 2013년 자영업자의 가계부채는 약 1억 원 수준에 달해 임금근로자의 두 배를 초과했다.

80년대 우리 경제를 일으켰던 ‘아버지들’이 우뚝 선 경제 구조 안에서 넘어지고 있다. 안락하게 가정을 이끌던 중산층이 취약계층으로 전락되고 있다.

영화 같은 스토리 속의 주인공들이 설자리가 없어졌다. 어떻게 하면 은퇴한 50대의 활로가 마련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얇아지고 있는 중산층 비중을 확대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전성기를 지낸 ‘라디오스타’가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을까?

베이비부머세대를 위한 제1의 정책은 ‘창업 지원’이 아닌 ‘재취업 지원’이 되어야 한다. 은퇴한 50대는 종사했던 산업 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 능력이 우리 경제에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재취업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은퇴 후 시간선택제 근로자 형태로 축소된 시간에 근로하면서 후임 지도와 교육을 할 수 있다. 혹은 실업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실무전문가로서 해당 산업 내 직업교육 과정을 일임할 수 있다. 이는 청년들의 교육과정 수료 후 취업과도 연계되어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만들 수 있다.

재취업이 어려운 경우에는 ‘준비된 창업자’를 육성하는 데 정책적 노력이 집중돼야 하겠다. 흔히 취업준비도 1년이 넘게 걸리는데, 창업 준비 3개월은 너무 짧지 않은가? 단순한 금융지원으로 끝나는 창업지원책은 은퇴한 50대를 폐업과 가계부채 문제를 야기한다.

‘준비된 창업자’ 육성 정책적 노력을

업종 선택, 창업 방법, 경영 노하우, 서비스와 기술 등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은퇴 후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재취업을 유도하여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듯이, 준비된 창업자에게 밝은 제2의 인생이 온다. 이젠 우리 경제가 ‘아버지들’의 버팀목이 될 때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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