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조재록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초심ㆍ농심ㆍ민심, 더 낮은 자세로 고객에게 다가갈 것…”

희망찬 갑오년이 시작됐지만 연초부터 굵직한 사건들이 대한민국을 ‘절망’에 빠뜨렸다. 농협은 이 중 가장 큰 두 사건과 직결돼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사태다. 잇단 악재에 조재록(56)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은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고객의 얼굴을 뵙기 송구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더 낮은 자세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겠다”면서 “농업인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도시민을 위해 안전한 농산물과 최상의 서비스로 보답하겠다”며 다시 ‘희망’을 말했다. ‘초심·농심·민심’을 늘 마음속에 품고 산다는 조 본부장으로부터 올 한해 농협 경기지역본부의 계획을 들어봤다.

Q. 연초부터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A. AI의 경우 공동방제단이 하루도 쉬지 않고 방역 활동 중이다. 조합장들을 만나 대화하다 보니 축산농가 스스로도 방역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방문을 자제하는 등 의식도 많이 강화돼 있었다.

시화호 현장에 나가보니 일반시민들도 불편을 감수하고 협조하는 등 참여도가 높아 고마웠다. 우리 본부는 AI 뿐만 아니라 구제역 등 여러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공동방제단을 18개에서 11개 더 늘리려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다. 닭이나 오리음식점은 평소 고객의 20%도 안 돼 방문하니 VIP대접을 해줄 정도다. 소비활동이 기관 단위로 이뤄져 소비가 살아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유출 사태는 과거 전산사태 때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그때는 그래도 응원해주는 고객들이 계셨는데 이번에는 고객들의 얼굴을 뵙기 송구할 정도다. 농협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협 전체 신뢰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언 마음을 녹이고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분위기로 전환해야 한다. 가용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다 끌어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환원하려 한다. 또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사고 발생 우려는 없는지, 시스템이 미비하지는 않은지, 일제 검토할 것이다.

Q. 올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A. 농협 구조개편 3년째로 올해는 농업인 및 농·축협 실익 증대에 총력을 기울여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안전하게 관리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협 본연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농협중심의 유통구조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유통단계 축소를 위한 농협로컬푸드 직매장을 확대 설치하기로 하고, 상반기 고양지역에 2개 매장, 하반기 여주지역에 1개 매장을 추가 개장할 예정이다. 김포와 안성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해보니 성과가 아주 좋았다.

대부분 소량생산으로 판로가 제대로 없는 농가에서도 반겼고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소비자들의 호응도 매우 높았다.

직매장 운영 활성화와 농업인 중심의 안정적인 로컬푸드사업 추진을 위해 생산농업인을 지난해 360농가에서 올해 800농가로 확대 육성하고, 상반기에 경기도와 함께 로컬푸드사업 활성화를 위한 MOU 추진과 동시에 공동협력마케팅을 실시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중심의 로컬푸드사업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또한 지난해 경기 농산물 수출실적 1천230만달러를 달성한데 이어 올해는 1천350만달러를 목표로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경기농산물 수출을 증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시로 해외바이어를 초청해 상품설명회를 개최하고 지속적인 품목별, 국가별 수출 동향을 파악하는 등 시장조사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해 수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Q. 최근 농산물 값이 폭락하면서 판로를 찾지 못한 농업인들의 시름이 깊다. 판로 마련을 위한 농협 차원의 대책은 있나.

A. 산지에서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에게 추가적인 유통경로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경기지역 농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농식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인 국민행복장터 농협a마켓에 경기미를 비롯해 경기도 대표 인삼 브랜드인 천경삼, 과수 대표 브랜드인 잎맞춤과 경기도내 잡곡 소포장센터에서 생산중인 잡곡 제품류 등의 전용관 개설을 추진해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경기관내 농협RPC 대표브랜드 쌀의 판촉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경기인삼의 우수브랜드인 ‘천경삼’의 재도약을 위해 전국적인 매장확대를 통해 내수시장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인삼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지역을 거점 삼아 올해 해외수출 135만달러를 목표로 해외판촉 등 천경삼 브랜드의 세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6월에 홍콩에서 버스광고 등 대대적인 판촉행사가 예정돼 있으며, 할랄(HALAL)인증을 통한 말레이시아, 두바이 지역까지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Q. 지난해 활발히 전개됐던 ‘식(食)사랑 농(農)사랑’ 운동은 올해 어떻게 펼쳐지나.

A. 우리 농업·농촌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식사랑농사랑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지금까지의 마을 단위 농촌 체험에서 벗어나 농촌체험과 지역관광, 먹거리, 특산물 판매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지역자원 상품을 개발해 농가 소득 증대와 농촌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우리농산물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 식문화를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착한 먹거리 체험단’을 어린이, 주부, 가족 등 8천600명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올바른 식생활을 알려 주기 위해 경기도교육청과 경기관광공사와 함께 ‘식사랑 농사랑 체험학습’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다.

체험학습을 희망하는 학교를 선정하고 체계적인 식농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촌체험학습이 가능한 식사랑농사랑 체험마을(팜스테이 마을)을 지난해 28개소에서 올해 40개소로 늘리고 요리체험시설을 갖춘 식교육 전문농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농촌마을을 찾아 직접 농산물을 수확하고 이를 요리하는 체험학습을 하면서 우리 농산물이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이 되는 과정을 배울 수 있게 되고, 더불어 농촌지역의 6차 산업 활성화 기반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Q. 농촌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사업도 농협의 중요한 일인데.

A. 농촌에는 고령농가,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장애인가구 등 취약계층이 많다. 올해도 이들을 위해 농촌 특성에 맞는 맞춤형 문화복지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기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공동생활주택으로 리모델링해 홀로사는 노인들에게 공동일터와 휴식공간을 마련해 안정된 공동생활 서비스를 지원해 주는 카네이션 하우스를 지난해 3개소에서 올해 1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농업인 행복나눔센터 신규 육성을 위해 기존 지역문화복지센터의 기능을 보완·발전시켜 연간 상시 운영할 수 있는 교육·문화·복지시설을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아 설치 운영할 것이다.

앞으로는 농촌의 수요에 맞는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일정 기준이상 수행하는 지역농협 종합센터 5개소를 설치해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4개 시·군 1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문화예술공연, 무료법률상담, 농촌봉사활동, 장수사진 무료 촬영 등을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농업인 행복버스와 경기지역 40개소에서 실시될 농산어촌 찾아가는 문화순회 공연을 통해 농업인 문화복지 증진을 선도하고 농촌에 활력과 웃음을 전해드리려 한다.

Q. 농촌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농번기마다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A. 지난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개소했는데 올해는 이를 본격적으로 활발히 운영해보려 한다. 올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한 인력중개 목표는 2만명이다.

일자리 참여자 모집과 접수 업무를 지역농협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법무부 사회봉사명령자 농촌일손지원 사업도 농업인 수요자에 맞춰 3만4천명을 농촌지역에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영농철 적기 영농지원을 위한 영농지원상황실을 상시 운영하고 재해발생시 재해대책상황실로 전환 운영해 신속한 농업재해대책 추진으로 농업생산 안정화를 도모하겠다.

Q. 유통과 금융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농협만의 차별화된 점인데,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 있나.

A. 농협 법인간 상생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경기농협 금요 직거래장터 내 고객들에게 은행, 카드, 보험 등의 상품을 홍보 및 판매하는 ‘금융장터’를 다음달부터 시범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도시 농·축협 금융점포의 여유공간을 산지 농축산물 전문매장으로 활용하는 독립형 신토불이 창구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도시 농·축협 3개소, 농협은행 2개소를 선정해 계통사무소 독립형 신토불이 매장 설치를 계획 추진하고 있으며 직매장 개장 농협에는 최대 10억원의 무이자 자금을 지원하려 한다다. 독립형 신토불이 매장은 농산물 판매확대는 물론 은행업무 고객도 늘어나 유통·금융부문 시너지 창출을 통해 농산물판매를 확대하는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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