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고액기부 의욕 꺾는 조세정책

경제규모가 빠르게 팽창하고 사회가 다변화됨에 따라 사회 각계각층이 뿜어내는 복지수요를 정부 혼자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비영리단체나 기업들의 사회공헌과 기부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세계 여러 정부의 추세이다. 특히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 속도로 급증한 사회복지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막대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정책추진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에서나 있었던 새로운 모금상품이 개발되고 새로운 기부자 유치를 위한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는 등 민간의 역할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정부역할의 일정부분을 대신할 수 있는 민간 비영리단체를 위하여 조세제도를 포함한 여러 제도적 지원정책을 취하였고, 그 결과 2000~2012년은 기부문화 확산의 시대가 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기부금 총액은 10년새 3배나 늘었고, 개인기부는 10여년만에 8배 이상 늘어났다. 국가 예산이 미치지 못하는 양극화 사각지대를 기부라는 나눔 문화가 메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부문화정착을 지원해 오던 정부의 정책방향이 변경되었다. 2014년부터 기부금의 세금공제 혜택을 소득공제방식에서 세액공제방식으로 바꾸면서 기부문화 조성보다는 세수확대의 기치를 올린 것이다.

기부금에 대한 국가별 세제혜택 방법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둘로 나뉜다. 미국독일일본영국대만 등은 소득공제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프랑스처럼 세액공제방식을 적용하게 되었다.

다만 프랑스의 세액공제율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높다. 즉, 우리나라는 3천만원까지는 기부금의 15%가, 3천만원 이상은 25%가 각각 세액공제 되지만, 프랑스는 기부금의 66%가 세액공제(과세소득의 20% 한도)된다.

올해부터 변경된 기부금에 대한 세제변경에 따라 계산해보자면, 1천만원을 기부하는 경우 2013년에는 소득수준에 따라 60~380만원을 돌려받았으나 올해부터는 일괄적으로 150만원만 세금에서 돌려받게 된다. 종합소득금액이 5억원인 소득자가 1억원의 고액기부를 하는 경우 2013년에는 3천800만원을 돌려받았으나, 올해부터는 2천200만원을 돌려받게 되어 1천60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하는 꼴이 된다.

국세청은 소득공제 특별공제종합한도 합산시 지정기부금이 제외되어 소득공제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면밀히 따지고 보면 세액공제방식의 세액공제율이 낮게 책정됨에 따라 고소득자의 기부의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자는 기부서약에 빌 케이츠, 워렌 버핏, 마크 저커버그 등 약 70명의 거부들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고, 영국도 유산 1% 기부운동에 리처드 브랜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개인돈 1억원 이상을 실명 기부한 사람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의 나눔 솔선수범은 개인기부 활성화의 견인차가 되고 나눔 실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눔과 기부 확산을 위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정부정책은 이러한 나눔과 기부확산 운동에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동안 우리나라의 고액기부는 평생 모은 재산을 희사하는 일부 소시민들의 미담으로 전수되다가 이제는 실질적으로 고액기부의 역량을 가진 부유층의 참여로 옮아가고 있다. 고액기부문화가 막 형성되어가는 시점에서 개정된 조세정책이 그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 막 피어나는 꽃을 꺾지 않는 정부정책이 되기를 바란다.

전선영 용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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