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다문화가족 정책의 주인공은 다문화가족이다

지난주 명절을 지냈다. 주부생활 30년이 넘었지만, 그 날이 지나가는 일은 여전히 숙제 같다. 가족들이 모이고 잘 지내는 모습을 확인하고 그동안 밀렸던 아이들의 성장사를 기쁘게 청취하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날을 위한 만만치 않은 준비는 주부들에겐 늘 주부명절증후군을 앓게 한다.

이런 명절문화를 익히고 함께 지내는 주부 중 다문화가정의 결혼이민여성의 숫자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 땅에서 계속 살아온 우리보다 명절을 지내는 일이 더 힘들고 낯선 일이어서 주부명절증후군을 더 톡톡히 겪는 것은 결혼 이주여성들일지 모른다.

TV에서는 가족이 함께 나와 우리의 풍속을 지키며 온가족이 함께 모이는 장면이 많이 소개되고 예능프로그램도 많이 진행된다. 그런 프로그램에 양념 같은 단골손님은 다문화가족이다. 슬픔도 기쁨도 드라마가 되어 시청자들에게 ‘이것 봐’ 하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땅에 계속 살아온 사람들도 결혼으로 만나게 되는 새로운 가족과 많은 갈등을 겪는다.

그렇다면, 결혼이주여성이 새로운 가족, 새로운 문화를 만나 해석하고 이해하기까지 겪는 애환은 안 보아도 알 만한 일이다. 또 그렇게 이루어진 다문화가족의 남편과 가족들의 어려움 또한 많을 것이고 그 어려움 속에 갈등과 화해를 거쳐 가족으로 자리 잡고 또 자녀를 양육하며 미래세대의 주역들을 키워내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까지 지원하는 것이 바로 사회통합정책의 일환일 것이다.

지난달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민대통합을 위한 다문화가족정책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내용의 요지는 다문화가족지원정책의 급증으로 부처 및 사업간 유사중복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개선방안이라는 것이 역시나 부처간 조율을 위한 방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고 이러한 개선방안에 정작 가장 중요하게 전제되어야 하는 다문화가족과 결혼이주여성의 입장이 배제된 것엔 어이를 상실할 노릇이다.

다문화가족지원을 위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사업은 의사소통을 위한 한국어교육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어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의 변화가 교육이 포함하고 있는 많은 의미가 사라진 채 편의성을 앞세워 진행되고 있다. 방문교육사업도 단순한 학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차이로 어려운 가족생활, 자녀양육을 돕는 멘토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그 의미를 다 파악하지 못하고 진행되는 정책의 변화는 전문성을 의심하게 한다.

현황파악과 정책진단을 열심히 했지만, 그에 대한 대책의 마련은 서툴고 급하다. 제품생산도 아니고 사람이 대상인 정책에는 성장과 안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정책의 대상 주체의 권리에 따른 이해가 필요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간과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것이 생략된 정책의 변화를 보면서 ‘관계부처 합동’이란 말이 무색하단 생각이 든다.

졸속으로 진행된 정책변경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아직도 2014년 사업지침이 내려오지 않았고 예산도 세우지 못한 형편이다. 똑바로 갈 수 있는 방법을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며 의논해 간다면 늦어도 기다리겠다. 지침이 없어도 예산이 없어도 다문화가정에 필요한 사업을 진행해 나자가고 직원들끼리 손을 맞잡는다.

다문화가족이 언제 자신들을 위해 많은 부처가 중복사업을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가. 각 부처가 사업마다 다문화가족을 동원시키고 그런 일들의 반복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다문화가족지원사업을 조정하는 일로 해결하려는 탁상공론이 답답하다. 합동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는 부처 간 조율에 엉뚱한 피해자가 국민이 되질 않기 바란다.

김자영 인천 부평구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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