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역대 최악 정개특위, 여야 간사에게 제안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 나란히 앉은 여야 간사는 냉랭한 반목과 어색한 만남을 반복하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 여야가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공직선거법 개정을 두 달간 논의하고 있지만 단 한건의 합의도 없이 무책임한 주장만 오고갈 뿐이어서 역대 최악이라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59건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6건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제대로 되고 있기 않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우리의 지방자치는 이미 성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무소불위의 소통령이라 불리는 단체장의 방만한 재정운영, 지방의회의 무능력, 선심성 사업의 마구잡이 집행 및 부패 등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를 막고 국회의원의 사천에 따른 폐해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정개특위의 두 달간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 과정은 어떠한가. 정치개혁과 참다운 지방자치 구현을 위한 노력을 뒷전이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서서히 식물이 되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대선 공약이라도 위헌 소지가 있고 폐지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는 지적이 있으니 유지하자는 입장이지만, 이는 선거 때 말 다르고 선거 이후에 말 다른 오리발 정치와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기초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선 당시 여야 후보의 공통 공약이었는데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 말을 바꾼다며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 2006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도입에 앞장섰던 정당으로서의 반성이 전혀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그리고 안철수 의원은 새누리당의 입장 번복을 스스로의 자기 부정이고 정치 훼손이며 전형적인 사익추구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기초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른 문제점 해결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어 무책임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 다시 정상화될 길은 지금으로서는 없어 보인다. 각 정파가 저마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데다 정당공천이 폐지되거나 유지되어도 그에 따른 또 다른 문제점이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어느 한 쪽으로 합의가 되어도 광역선거를 제외한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남아있어서 더욱 그렇다.

이럴 바에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전면 폐지가 아닌 무공천지역 확대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 재보궐 선거의 경우 자율적인 규제에 의해 무공천지역을 선정했듯이 이번에는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인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으로 무공천지역 확대를 여야 간사가 합의하자는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래야 새누리당은 ‘실리’를, 민주당은 ‘명분’을 나눠가질 수 있고, 국민들은 극심한 지역주의 타파의 돌파구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교육감 선출방식 개선과 선거공정성 확보방안 등 다른 과제들이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정개특위에서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어디로 흐르든지, 폐지든 유지든,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개혁과 참다운 지방자치 구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모든 정치개혁의 핵심은 아닐 진데 정치적 셈법에 따라 변죽만 울리고 있는 정개특위에 출구를 찾아주고 명분과 대안을 제공하는 것도 시민사회의 역할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야 정개특위 간사들에게 묻는다. 이번 6ㆍ4 지방선거에서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은 무공천하는 게 어떠한가? 이마저도 거부할 것인가?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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