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배워서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지식인데, 이는 이미 ‘올바른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므로서 권위를 지닌다.
이처럼 권위를 지닌 지식의 전달이 바로 ‘교육’이다. 교육, 즉 가르친다는 것은 지적 권위를 가지기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에는 권위 시스템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권위 시스템은 단점을 갖고 있다. 바로 부패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권위적 특성을 가진 교육도 이미 작동하고 있는 권위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부패하기 쉽다.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폐쇄적 권위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권위 시스템을 건강하게 발전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천 교육계는 건강한 교육 권위를 지녔는가? 오랫동안 폐쇄적 권위 시스템은 관행적으로 작동해 온 반면, 그 부작용인 부패에 대해서는 둔감해 교육비리나 부패가 발생하더라도 ‘흔히 발생하는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여기게 되고,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교육감의 인사비리와 뇌물수수 의혹이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게 되는 수모를 인천 교육은 겪고 있다.
최근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뇌물수수 및 인사비리 재판에서 먼저 구속된 전 고위 관료가 부패에 민감해 참지 못하는 필자를 지칭해 비속어를 사용하는 증언이 나왔다. 필자는 이 관료와 선진교육으로 유명한 핀란드 교육현장을 같이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안내하는 사람이 핀란드의 청렴함을 자랑스럽게 설명하자, 이 관료는 “사람 살 곳이 못 되는구만”이라고 말했다. 교육비리 문제에 대한 필자의 정서와는 너무도 다른 반응에 당시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권위적 시스템 때문에 부패하기 쉬운 교육계가 부패에 둔감해지면, 권위 시스템의 나쁜 점만 나타나게 된다. 올바른 교육을 위해 사용하도록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위를 사익추구 수단으로 악용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계 내부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면, 이를 고치려 하기 보다는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기에 바쁘게 된다.
필자가 제5대, 제6대 인천시 교육위원을 지내면서 자주 본 모습들이다. 이것은 지킬만한 좋은 권위의 장점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나가는 현상이다. 교육비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교육계의 문제를 알고도 그냥 방치한다면 양심있는 많은 시민들에 의해 타율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간접 민주주의에서 직접 민주주의로 조금씩 방향을 전환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 관료나 정치가의 손에 있던 각종 권력이 점차 분산돼 국민들의 손으로 옮겨가고 있다. 권위 시스템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권위 시스템이 발달한 전문 직종 중에서도 교육계, 법조계, 의료계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으로 법조계의 권위가 낮아졌고, 의사의 권위도 낮아졌다. 또 아이들이 교사의 권위를 부정하는 현상이 늘어나 일선 교사들과 학생, 학부모들 사이의 갈등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거대한 시대의 흐름은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시대 흐름 속에서도 올바른 교육 권위 체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교육 권위는 지키고, 나쁜 교육 권위는 부정해야 한다. 빠른 시대 변화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들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올바른 교육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난해 인천 교육은 교육비리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이제 부패에 민감하지 못한 교육체계는 바뀌어야 한다. 무능한 교육 관료들이 막연히 임명권자의 지연·학연에 의지해 자리만 보전하게 해서도 안 된다. 이들의 무능함과 안일함을 그대로 두면 건강한 교육 권위를 망치게 되고, 올바른 교육을 위해 애쓰는 많은 교사들마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새로운 각오로 인천 교육을 변화시켜야 한다.
노현경 인천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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