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社 횡포에 이천지역 ‘뿔났다’

외국자본에 뺏긴 향토기업 공장 철수·대량해고 ‘악몽’
쉰들러, 경영권 압박… 이천 현대엘리베이터 앞날도 불투명

이천의 대표적 국내 우량기업들이 외국자본에 밀려 잇따라 경영위기(본보 17일자 1면7면)를 맞고 있다.

지난해 초 쌍용차 판박이로 붕괴직전에 직면했던 이천 하이디스테크놀러지에 이어 올초 현대엘리베이터가 외국자본 진입의 초기유형을 닮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적대적 M&A를 통한 인수 합병 후 기술과 자본 유출, 심지어 한국내 공장 폐쇄 등의 수순을 수차례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의 대량해고 사태와 협력업체 도산위기 초래 등 결국 지역경제가 추락하는 과정도 지켜 봤다.

이천지역 등 국내 업계가 현대엘리베이터와 다툼을 벌이고 있는 쉰들러에 손을 들어 줄 수 없는 이유다.

■ 쉰들러의 쉼 없는 경영 간섭

쉰들러는 지난 2006년 현대중공업과 2차 경영권 분쟁시 KCC로부터 지분 25.5%를 전격 매입, 본격적 간섭에 나섰다. 회사가 어려울때마다 대규모 자금수요를 발생시킨 후 자금조달을 방해해 왔다는 현대엘리베이터측 설명이다.

이후 지난 2011년부터 회계장부 열람 등 수차례 소송에 이어 지난해 초부터 순수사업 목적의 포장공사업까지 간섭, 갈등을 빚어 왔다. 결국 수천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유상증자를 가로막는 등 경영권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쉰들러가 필요로 하는 것은 한국시장이지 한국승강기 산업 발전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이런 의도가 성공한다면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지역경제는 침체될 것으로 보여 그 어느때보다 각계 각층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외국자본, 국내 승강기 업계 잠식

쉰들러 등 다국적 기업의 연간 3조원대 국내 시장 진입은 IMF 이후부터 본격화 된다. 이 과정에 국내 기업 인수 합병 등의 방법이 동원됐다. 하지만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대신 구조 조정이나 생산라인 축소, 국내 생산공장 철수 등만 뒤따라 왔다.

스위스의 쉰들러는 지난 2003년 국내 4위였던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 합병한 후 쉰들러 중앙엘리베이터를 출범시켰다. 이후 연구개발기능을 폐쇄한 대신 생산공장을 물류창고로 전환, 국내생산을 사실상 중단해 왔다.

또 독일 테센크루프는 지난 2008년 동양엘리베이터를 인수한 후 생산라인 축소 및 구조 조정을 단행했고 지난해 미국의 오티스는 LG산전 승강기 사업부를 인수한 후 국내 생산공장을 철수했다.

기업인수 후 공장철수나 대규모 구조 조정, 대량해고 등이 반드시 뒤따랐다.

■ 이천, 하이디스의 아픈 기억

이천지역은 쉰들러의 적대적 M&A를 경계하고 있다. 과거 기술먹튀로 대표되는 쌍용차나 하이디스테크놀러지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쌍용차 복사판이 우려됐던 이천 하이디스(본보 2013년 1월18일자 1면)는 현재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향토기업 사수 의지를 표명한 이천지역 등 각계 관심에 힘입어 폐쇄 대신 절반 규모의 인원 정리선에서 일단락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500억원대의 특허 임대료와 소량의 이잉크 본사 물건 수주 등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때 회사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천상의 신현익 회장은 “외국자본에 의한 쌍용차와 하이디스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만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이 쉰들러에 넘어갈 경우 이천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 악영향은 볼 보 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천=김동수기자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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