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고…

2014년, 올 해의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신뢰’와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소통’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에서 최근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내 놓았다.

우리 사회가 ‘모르는 사람에 대해 얼마만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오직 22%만이 낯선 사람에 대해 ‘믿을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OECD 22개국 중 14번째로, 신뢰도가 가장 높은 노르웨이의 60%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는 그만큼 믿음을 법적, 제도적 장치로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돌이켜보면 밀양 송전탑 갈등, 철도파업과 새해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국회의 파행 등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는 불신의 현장은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우리가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지불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하나 흥미로운 통계가 발표되었다.

지난해, 13세 이상 중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35%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기부 경험이 80% 이상인 것에 비하면 절반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이것 역시 사회적 신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부는 나와 가족이 아닌 제3자를 위해 금전이나 시간을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누는 것으로 개인과 개인 그리고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기부를 하지 않은 10명 중 8명이 ‘경제적 여유가 없고 기부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것은 그만큼 우리네 삶이 팍팍해 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이들의 삶을 돌아볼 만한 인정과 여유도 메말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인천의 기부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는 점이다.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훌쩍 넘은 것은 누군가를 위해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들이 그 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인천이 나눔과 참여로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신과 갈등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신뢰 모범도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