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통=융합의 창조경제 ‘아이디어 뱅크’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스스로를 ‘힘든 상사’라고 표현한다. 공기업 사장으로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정치인이 왔으면 직원들이 훨씬 편했을 텐데 ‘딱딱한’ 공무원 출신이 와서 일일이 신경을 쓰니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사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재직 시절부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농촌진흥청장 등 몸을 담고 있는 곳마다 새로운 행정문화를 정착시키고 혁신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그의 열정은 인터뷰 내내 뿜어져 나왔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묻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려놓은 신문 기사를 보여주며 ‘규제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다’ 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옮기는가 하면 현재 읽고 있는 책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올해 이순을 맞았는데 자주 대화하고 소통해 올바른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열중쉬어’ 하고 뒷방으로 퇴장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후손을 위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힘든 상사’이기도 하지만 왜 직원들이 ‘닮고 싶은 상사’로 꼽을 만큼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지 짐작케 했다.
Q.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이 농업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채택되면서 aT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급한 과제는 뭔가.
A.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해당 유통단계마다 그 나름대로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유통단계의 인위적인 축소보다는 유통비용 자체를 줄이는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산지유통조직의 조직화와 규모화, 창의적이고 새로운 유형의 직거래시스템 구축 및 강화가 필요하며 오프라인에서의 직접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는 온라인 사이버거래시스템 등이 확충돼야 한다.
aT는 최근 사회적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농산물 직거래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 올해 직거래 콘테스트를 개최해 로컬푸드 직매장, 직거래장터, 창의적 거래 등 분야별 총 11개소의 우수사업자를 선정했다. 또 지난해 4월 산지와 소비지에 대한 직거래 인프라 구축과 다각적인 홍보를 하기 위해 직거래지원센터를 출범시켰다. 다양한 형태의 직거래 유형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관련법 제정과 함께 직거래장터 확보, 균등한 품질과 규격화, 다양한 상품구색, 출하농가나 소비자의 상호 윈-윈을 위한 의식전환 등이 필요하다.
A. 일반적으로 농업은 창조경제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어떤 분야보다도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과학기술이 융복합돼 신성장동력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미래의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산업이다.
농업은 이제 생명산업, 에너지산업, 정보통신기술산업으로 빠르게 변모해 나가고 있으며, 이종산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문화, 교육, 일자리를 창조해 나가고 있다. 또한 과거 생산중심의 농업은 2차, 3차산업과 융복합해 6차산업화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창조경제의 꽃을 활짝 피워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익숙한 관행과 의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선진국의 농업 정책을 무조건 모방하기보다는 우리 실정에 맞는 독창적인 성공모델을 구축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글로벌시대에 맞도록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Q. 지난해 사명을 변경하면서 ‘식품’을 명칭에 넣었는데 식품산업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A.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약 5조4천억달러에 달하지만 국내 식품산업의 성장속도는 아직 느린 편이다. 식품외식산업은 중소기업의 활성화, 고용증대, 일자리 창출, 골목상권 활성화 등 창조경제의 핵심가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향후 농업분야에서 창조경제를 꽃피울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는 식품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 제고를 통해 식자재, 전통 웰빙식품 등 소규모로 유통되고 있는 식품산업의 규모를 확대해 나갈 뿐만 아니라, 한식세계화를 통해 식품산업의 비전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농림부 사무관 재직시절 유통정책과에서 식품규격, 식품가공, 유통전반을 담당하면서 식품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당시 ‘표준가공과’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식품업무를 추진하게 됐다. 그 후 유통국장과 해외농무관을 역임하면서 우리 농업이 나아갈 길은 농산물의 1차 생산보다는 가공과 포장 등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상품화, 즉 식품산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aT사장으로 부임한 후에도 우리 농식품의 R&D 확대 및 식품산업 인프라 구축과 농공상 융합형 식품기업 육성, 우수 식재료 소비촉진 및 외식산업 육성을 통한 농어업과의 연계 강화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경기도의 경우 인기가 한 풀 꺾인 막걸리나 중국산에 위협받고 있는 배 등 주요 수출품목에 위기가 왔다. 위기를 해쳐나갈 방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막걸리의 주 수출국이던 일본시장에서 수출이 감소한 원인은 일본 내 주류소비패턴이 저알콜 및 무알콜 위주로 변화하고 있으며 엔저현상으로 수출업체의 채산성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성장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2월부터는 중국 정부의 발효주 수입통관 위생기준이 개정 시행돼 살균 막걸리뿐만 아니라 생 막걸리 수출도 본격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aT는 이를 중국 내 막걸리 수출확대를 위한 기회요인으로 활용하고자 베이징 공항광고, TV특집방송 등 현지의 막걸리 인지도 확대와 신규수요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산 신고 배 수출의 53%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인데 지난해부터 중국산 배의 미 수출이 본격화됐다. 이에 대비해 aT에서는 농협중앙회와 연계해 수출업체, 바이어, 생산자 3자간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현지인과 타 인종마켓, 교민마켓 등 시장을 세분화해 한국산 배의 소비저변 확대를 위한 맞춤형 판촉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산 배의 철저한 품질 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중국산과 차별화할 수 있는 브랜드와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수출 감소세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
A. TRQ 물량은 우리나라가 지난 1993년 타결된 UR협상에 따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물량으로 aT는 고추, 마늘, 양파, 대두, 팥, 참깨 등을 관리하고 있다. 콩이나 참깨 등 국내생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품목의 경우 TRQ물량이 수급안정에 기여를 하는 측면도 있다. 국내 과잉생산시기에는 도입중단·수확기 방출중단 등의 TRQ 관리 원칙을 유지하고 있으며, 양념류 과잉생산 시 건조마늘·건조양파 등 건조품으로 대체 수입하는 등 생산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 농산물의 선제적 수급 대응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 생산자, 소비자, 유통업계, 학계가 협의하는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지난해 4월에 발족했고 지난해 7월부터는 농산물 수급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주요 농산물의 수급 상황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수급대책을 논의해 나가고 있다. 특히 aT는 다년간 수행해온 국영무역, 수매비축사업 및 수급조절위원회 사무국으로서의 정책기능과 대응시스템을 상호 연계해 급변하는 농산물 수급상황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Q. 철도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정부의 공기업 개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aT만의 강점이 궁금하다.
A. aT는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지난 2006년 이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및 반부패경쟁력평가에서 7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2012 한국윤리경영대상과 보건복지부의 행복나눔人상을 수상한데 이어 2012 지속가능경영 실태조사(KoBEX SM)에서 최고등급인 AAA를 획득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행과 이를 통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이 주관하는 2013년 일터혁신 우수기업 인증 획득과 함께 대상(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예산과 인력, 조직운영 등 많은 부분에서 융통성과 자율성이 없는 공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마인드로 업무를 추진해 나가는 한편, 현실 안주보다는 적극적인 자세와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가지도록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해 5월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창조농업 아이디어를 공모하기도 했다.
Q. 지난 한 해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과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밝혀달라.
A. 우선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를 활성화해 학교급식 뿐만 아니라 식품·외식업계의 식재료도 온라인직거래로 공급함으로써 농산물 유통비용을 대폭 절감하는데 노력한 일을 꼽고 싶다. 또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와 수급종합상황실을 운영해 주요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예측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사전예측과 사후대응 체계를 강화,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노력했다.
올 한해도 aT는 창조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춰 조직 내 창조 DNA를 확고히 뿌리내리고, 고객과의 소통강화와 업무 간 융복합 시너지효과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본연의 사업인 유통개선 사업, 식품산업 육성 및 수출진흥사업 등에 창조경제를 접목시켜 생산농가 및 중소식품·외식기업, 나아가 대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국제화시대에 우리 농업의 위상을 드높이고 정립해 나가겠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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