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업 하다 제자들에게 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요즘에도 가끔 학생들의 스마트폰이나 돈 등이 사라지는 일이 있거든. 그래서 오래전 내가 네 돈을 훔친 것을 지금껏 후회하고 있다는 걸 얘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어.
우린 중학교 때 처음 만났지. 2학년 때 짝꿍이었던 너는 활발한 성격이었어. 너는 알지 못했겠지만 네가 네 돈을 훔쳤던 일이 있었어.
벌써 40년 가깝게 지난 일이야.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고 기지개를 펴는데 네 책상 속에 네가 놓고 간 돈이 보였어. 그리곤 내 주머니에 넣고 말았지. 그때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지만 중요한 건 내가 그 돈을 훔친 사실이야.
다음날 너는 그 사실을 선생님께 알렸고, 우리 반 모두 책상 위로 올라가 벌을 받았지. 그 때 선생님이 가져간 사람은 조용히 손을 들라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던 나는 그냥 잠자코 있었지. 그런데 그것이 평생의 짐으로 남을 줄이야.
중학교를 졸업하고 너는 많은 가난한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어. 나 역시 형편은 어려웠지만 운이 좋아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갈 수 있었어. 대학에 진학하고서야 잘못에 대해 꼭 사과해야겠다는 용기가 생겼어. 비록 적은 돈이었지만 너에 대한 미안함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어. 그런데 너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지.
동창회를 통해서 수소문도 해봤지만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 이외 자세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어. 그리고 얼마 뒤 다른 친구로부터 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 때 얼마나 허망하고 후회스럽던지. 너와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며 철없던 그때의 잘못을 고백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절대 후회할 일은 하지 말라며 너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친구야! 날씨도 추운데 하늘나라에서도 잘 지내니? 40년 가까운 세월 너에 대한 미안함을 지금껏 마음에 담고 살았어. 이제 나를 용서해줄 수 있겠니.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나게 되면 웃으면서 오래 전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나눠보자. 손을 꼭 잡고서 말이야.
우장문 대지중학교 수석교사ㆍ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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