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모금캠페인으로 분주한 사무실로 한 통의 팩스가 들어왔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제 기부금이 몇 가구밖에 도움 줄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밤새 고민한 끝에 몇 가구라도 더 도와줄 수 있도록 기금모금 활동을 할까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큰 돈을 기부하고 나니 자꾸 욕심이 생겨서 내일 기부적금을 별도로 들려고 합니다. 의욕이 충만할 때 뭔가 자선사업 관련 일을 하려고 하니 도움이 될 만한 어떠한 정보라도 좀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름만이 적혀있는 팩스 한 장이었지만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손으로 적어 보낸 그 편지에는 보증금 100만원이 없어서 꿈에 그리던 영구임대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쪽방촌 주민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고싶다는 사명감이 절절하게 담겨 있었다.
한 순간, 기부나 나눔의 일을 직업으로 하는 나와 동료들 모두 머리에 망치라도 맞은 것처럼 한동안 ‘멍~’ 한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곧 ‘아, 우리 주위에는 이런 분들이 계시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름만 있는 팩스 한 장으로는 어떤 분인지 알 길이 없어 애를 태우던 중 ‘처음으로 큰 돈을 기부’했다는 말에 기부자 명단을 조회해 보니 이달 초, 1천만원의 거금을 기탁해 준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렵게 통화한 ‘명숙’씨는 너무도 밝고 활기찬 분이었다.
명숙씨는 자신을 보통 3만원 정도를 기부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는데, 얼마 전 임대주택에 들어 갈 수 없는 쪽방촌 주민들의 사연을 듣고 좀 더 큰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명숙씨는 “사업을 할 때는 늘 머리가 무겁고 힘이 들었는데 ‘착한 일’을 하니까 머리가 ‘팍’ 틔였다”고 하면서 밝게 웃었다.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어려운 이웃들을 더 많이 돕고 싶다는 명숙씨의 말을 들으며 기부와 나눔이 얼마나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올 한 해,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수많은 ‘명숙’씨들이 나눔을 실천하며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켰다. 이제는 당신이 또 다른 ‘명숙’씨가 될 차례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