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54조 제1항과 제2항은 회계연도 개시일인 1월1일로부터 30일 전인 직전 해 12월2일까지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해 심의ㆍ확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가 위 헌법 규정을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위반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원들은 헌법을 무시하는 입법기관이라는 비판과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자 이런 저런 나름대로의 고충과 명분을 내세우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변명을 듣다보니 최근 읽은 책이 생각났다.
필자의 머리에 떠오른 책은 동화책이다. 최근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들이 읽고 독후감을 쓴 ‘냄비와 국자의 전쟁’이란 책이 그것이다. 위 동화에 나오는 두 나라의 이름은 ‘오른쪽 나라’와 ‘왼쪽 나라’이다. 각 나라의 왕과 왕비는 마법의 냄비와 국자를 모두 독차지하기 위해 고민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하나가 있어야 다른 하나도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수프를 만들어내기 위한 냄비와 국자도 있어야 쓸모가 있다. 냄비와 국자가 서로 짝이 되기만 하면 될 뿐이고, 굳이 한 나라가 냄비와 국자를 모두 소유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과 왕비는 상대방의 나라로부터 빼앗아 모두를 독차지할 방법만을 시도한다.
동화에서 우여곡절 끝에 왕자와 공주가 서로 결혼해 마법의 냄비와 국자를 결혼선물로 받아 맛있는 수프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다. 마녀는 왕자와 공주의 먼 친척인데, 왕자와 공주의 세례식에 초대받지 못하자 화가 나 마법의 냄비와 국자를 나누어 선물했다.
벼룩사육사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마녀가 ‘오른쪽 나라’와 ‘왼쪽 나라’의 왕과 왕비의 욕심과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읽고 심술을 부렸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여당과 야당의원들에게 위 동화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부디 ‘오른쪽 나라’와 ‘왼쪽 나라’ 사이의 냄비와 국자의 전쟁으로부터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오도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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