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찢겨져 나가고 벽에 걸린 12월 달력이 무엇엔가 쫓기는 듯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목회를 열심히 하시는 목사님이 며칠 전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검사를 받던 중에 이상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가보니 간암 말기라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태까지 되었다고 한다. 급하게 입원을 하신 목사님은 그 다음날 사모님과 담당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금요일부터 주일까지 사흘 동안 휴가를 얻어 주일 예배를 인도하고 월요일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왜 그리 했느냐 물으니 주일 예배와 또 개인적으로 정리할 일이 있어서였다고 한다. 간암 말기, 그래서 현대의학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막상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 그 목사님이 3일간의 휴가를 얻어 개인적으로 정리한 일, 그리고 예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라면 과연 무엇을 먼저 정리해야 할까, 마지막 붙들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성경은 시간의 책이다. 창세기부터 요한 계시록까지, 신구약 66권의 책에는 장구한 시간의 역사 속에 사람이 살아간 이야기들이 기록되어있다. 몇 백 년 혹은 몇 십 년을 살다간 이야기이지만 그러나 이 이야기는 토막이 아니고 전체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것이고 죽은 후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선다는 공평하신 하나님의 진리이다.
사도바울은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하나는 싸움을 싸우고, 또 하나는 믿음을 지켰으니 라는 말씀이다. 싸움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욕심 때문에 싸우는 싸움은 저급한 싸움이다. 다른 사람의 가치와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싸움은 악한 싸움이다. 그러나 내게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도 하나님이 주신 것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선한싸움이며 승리해야 할 싸움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사람의 믿음을 지키는 선한 싸움은 무엇인가? 주님과 바울은 두 가지를 붙들었다. 하나는 사명이요, 또 하나는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내가 해야 할 일과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다.
종말론적 사람의 사고는 결과를 보지 않는다. 그냥 믿음으로 맡겨진 일에 충실하고 맡겨진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관호 수원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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