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함께 승리하는 통일정책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치적 현안들에 대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사안에 따라서 여야 간의 대립이 격화되기도 하고 긍정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입장에 대한 표명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은 아직은 어렵고 멀게 보이지만 우리가 꼭 가야 할 길입니다. 저는 반드시 임기 중에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그러면 제가 제안한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서 부산을 출발해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평화통일의 길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표현과 간절한 마음이 배어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상황은 대륙에 붙어 있는 섬 아닌 섬의 모습이다. 말이 대륙국가이지 대륙으로 통하는 길은 완전히 휴전선으로 봉쇄되어 있어 대륙으로 가려면 배를 이용해야 하는 일본과 다를 바 없는 섬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대륙국가의 자존심을 바로 세우고 또한 대륙의 이점을 활용해야 하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통일문제를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우선 피곤함을 느낀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최근에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학생들은 통일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불필요성은 증가하고 있다.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점점 증가하여 2013년 현재 25%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간 우리가 영원히 섬나라로 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우리는 통일문제하면 당장의 통일비용이 어떻고 또 북한의 경제문제 해결은 물론 이념과 체제가 다른 삶을 살았던 그들과의 복잡한 화해 등 온통 어지러운 상상만이 먼저 들어온다. 그러니 당연히 통일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통일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과제이고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업이라면 완성된 통일이 아닌 시작하는 통일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시작하는 통일은 남과 북의 공동번영을 이끄는 것이라는 각성에서 출발한다. 세계는 지금 저성장의 덫에 걸려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경제구조상의 한계가 너무도 명백하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도 제한된 자원 속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북쪽으로의 난 창을 연다면 오히려 현대판 황금의 도시인 엘도라도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육로를 통한 중국과 러시아로의 진출이라는 새로운 길은 분명 우리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줄 수 있다.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력은 세계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는 양질에 저임금이 가능함이 확인되었다. 부산항에서 나진항을 통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탄다면 남북은 가만히 앉아서 세계 물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데 북한의 무궁무진한 지하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윈윈전략은 없을 것이다.

만약에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서해평화협력지대가 완성되고 해주에 제2의 개성공단이 들어선다면 지금 연평도 앞바다에서는 조기잡이가 한창일 것이다. 평화와 안전 그리고 공동번영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고 함께 승리하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을 기대한다.

임형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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