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요르단에 전한 인천의 평화와 나눔

지난주, 잠시 요르단을 다녀 올 기회가 있었다. 지난 8월, 인천시와 적십자사 등과 함께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1주년을 앞두고 아시안게임을 아시아의 평화와 나눔의 제전으로 함께하고자 했던 ‘시리아 난민어린이돕기 캠페인’을 통해 인천시민들이 전해 준 축구화, 운동화 그리고 승합차 등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인천에서 아부다비 그리고 요르단의 암만으로 14시간이 넘는 고된 일정을 통해 찾은 요르단 북부 시리아 접경지역 ‘마프라크’시의 ‘자타리 캠프’는 15만 명이 넘는 시리아 전쟁 난민들이 모여 들어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지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난민캠프다.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이라는 말처럼 이곳 자타리 캠프 거주민의 70%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일 정도로 전쟁의 피해는 크고도 심각했다. 대부분 천막 생활을 하고있는 난민들은 한 때 서방 언론들의 무분별한 취재로 얼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일부 난민들이 시리아 당국으로부터 보복 조치를 당한 이후 극도로 긴장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캠프 내에서는 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체의 촬영을 금지하고 있었으며 생필품 부족 등으로 간헐적으로 소요사태가 일어나는 등 안팎의 분위기는 극히 불안한 상태였다. 캠프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설명에 의하면 여전히 하루 평균 200여명의 난민들이 시리아 측의 감시를 피해 캠프를 찾고 있어 24시간 늘 ‘비상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타리 캠프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지원은 물론 대형 NGO와 캠프 주민들의 협력을 통해 보건, 위생, 교육 및 일자리 등이 운영되는 사실상의 ‘작은 국제도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유엔난민기구 관계자는 인천광역시의 지원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넘어서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의 직접 지원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하고 인천시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주한 요르단 대사관 등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캠프 내에 ‘코리안 빌리지’가 만들어 진 것을 비롯해 곳곳에서 태극기를 볼 수 있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이 점점 더 높아지고 그만큼 책임과 의무도 커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따가운 햇볕 아래 먼지가 풀풀 날리는 캠프 곳곳을 맨발로 이리저리 배회하는 아이들이 인천시민들이 전해 준 축구화를 신고 신나게 공을 차며 환한 웃음으로 전쟁의 공포를 떨쳐내고 내일의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기를 바란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