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채 시험장으로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이 계속 떠올라 쉽게 자리를 뜰 수 없네요.”
7일 오후 2시께 늦둥이 수험생 외동딸을 둔 여우림씨(63·여)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인천 작전여자고등학교 교문 앞을 떠날 줄 모른 채 계속 서성인다.
여씨는 시종일관 긴장된 모습으로 교문 앞을 오가며 딸이 시험을 보고 있을 시험실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결혼 20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이 이번 수능을 제대로 못 봐 행여나 마음에 상처는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여씨는 “딸에게 ‘좋은 대학에 가려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소리를 밥 먹듯이 했는데, 막상 수능 날이 돼 보니 그 말들이 다 잔소리 같아 너무 미안하다”며 “본인의 실력만큼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후 3시30분께 삼산고등학교 교문 앞을 지키는 이하영씨(44·여)도 수험생 자녀 걱정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중학교 시절 흔히 일진이라 불리는 불량 청소년이던 이씨의 아들이 공부에 전념한 지 2년째. 아침 일찍 “그동안 못난 아들을 열심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할게요”라는 말을 남긴 채 시험장을 향한 아들의 뒷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이씨는 시험장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씨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아들에게 좋은 과외는커녕 학원조차 제대로 보내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되면서도 묵묵히 공부를 해온 아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씨는 “아들에게 꼭 해줄 말이 있어서 시험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고생했고,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인천지역 시험장에는 수험생만큼이나 긴장된 마음으로 자리를 지키는 학부모들의 간절한 기도가 맴돌았다.
박용준·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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