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미술작품이란 결국 그들이 보는 사물과 세계에 대한 그들만의 관점이자, 해석이고, 다시 보기이며, 새롭게 보기의 결과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술작품을 통해 비로소 관습적이고 상투화된 사물과 세계를 보는 안목에서 벗어나게 되고 작가만의 다른 눈과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서 다시 사물과 세계를 보게 된다.
이처럼 좋은 작가는 우리에게 미술에 대한 그들의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안겨준다. 따라서 작가란 존재는 단지 손재주나 장식적인 차원의 기술적 재능을 지닌 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는 모든 것에 대해 날카롭고 놀라운 해석,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그것을 다시 보여주는 이들이다.
하여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통해 사물과 세계를 다시 보게 된다. 새롭게 보게 된다. 눈을 뜨게 되고 인습적인 틀에서 벗어나게 되고 존재 그 자체를 응시하게 된다.
새로운 주체로 거듭나는 미술가
다시 말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주체가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작가는 오로지 자기 자신과만 싸우고 경쟁한다. 좋은 미술가는 지속해서 사물과 세계를 제대로, 그 존재의 본질과 핵심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눈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들이다. 진정한 자기가 되기 위해 애쓴다. 그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갱신과 변모를 통해 매번 새로운 주체로 거듭나고자 한다.
모든 이데올로기나 거짓, 위선과 왜곡, 상투형과 관습에 저항한다. 결국 미술의 문제는 정확히 보는 눈, 놀라운 눈이다. 그러니 미술은 우리에게 그런 눈의 문제를 알려주는 한편 그런 눈을 가진 이들의 작품을 경험하게 해서 우리 역시 그러한 눈을 갖도록 독력하는 일이다. 그와 같은 눈을 갖기 위해 공부하게 해주는 일이 미술이다. 미술작품은 결국 작가들의 세계를 보는 프레임, 표현하는 방법론, 미술을 이해하고 구현하는 매너의 차이에 따라 구별된다.
반복하지만 작가는 우리에게 새롭고 낯선 존재를 보여주는 이들이다. 그 낯설음은 기존의 사물과 세계를 보는 관습화된 안목에 회의를 갖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또한 좋은 작가들은 특정한 형태로 굳어진 가치에 안주하지 않고, 길들여지지 않는 시선과 감각으로 매번 미술을 새롭게 사고하며 사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보여주는 이들이다. 그들의 작업은 결국 자신의 삶의 리얼리티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이 얽힌 것들이다.
작품은 작가의 세계를 보는 프레임
반복되는 자신의 일상에서 깨닫고 느끼고 겪어낸 모든 것들을 무리 없이, 마치 나무줄기가 수액을 빨아올리듯이 인생에서 겪어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길어 올리는 자들이 좋은 작업을 선보인다. 그러니 좋은 미술과 좋은 미술가들은 이 사회에서 소중한 빛들에 다름아니다.
박영택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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