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화성갑의 선택, 유권자의 바로미터

박근혜정부의 출범 8개월 만에 치러지는 10·30 재보궐선거는 한때 국회의원 선거만 10여곳에 이르리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경북 포항 남울릉과 경기 화성갑 두 곳으로 대폭 축소되면서 현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의미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경기 화성갑에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공천하면서 해당 지역 유권자의 선택이 전체 유권자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시돼야 한다. 그리고 선거 결과에만 집착하면 선거에서 주인공이 되어야 할 유권자의 존재는 그저 표밭이나 텃밭 등 푸성귀 취급을 받게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선거가 치러지는 화성갑 지역의 유권자들이 고민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선거 때마다 우리를 혼란에 빠뜨렸던 것부터 정리하자. ‘인물’을 보고 뽑아야 하는지, ‘정당’을 보고 뽑아야 하는지, ‘정책공약’을 보고 뽑아야 하는지의 고민은 잠시 잊자. 선거는 ‘인물’과 ‘정당’, ‘정책공약’을 동시에 선택하는 행위이고, 세 가지 모두에 정책기조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인물’, ‘정당’, ‘정책공약’ 중 지지 세력의 유불리에 따라 하나만을 선택기준으로 하라고 강요한 것은 나쁜 선거운동이다.

이와 같은 음습한 의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맹목적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철학을 “맹목적 습관에 따른 삶의 대안으로 좋은 삶은 무엇이고 좋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깨닫는 방법”이라 말한다. 틈만 나면 쇄신과 변화를 부르짖었던 그들의 주장이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와 정당, 정책공약속에서 주장하는 ‘좋은 삶’은 무엇이고 ‘좋은 삶을 살아가는’ 비전이 살아 숨쉬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둘째,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자.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에는 대한민국 헌법 46조에 명시된 청렴 의무를 준수할 자인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선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자인지, 국회의원의 지위를 남용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려는 자인지를 검증하자는 것이다.

특권만을 주장할 자인지, 성실히 의무를 다할 자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리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자 하는 자, 즉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려 거만하게 행동할 수 있는 자를 걸러낼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세 번째, 기교와 선동,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을 검증하자. 보궐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어김없이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거짓공약을 남발한다. 그래서 공약의 실현가능성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지난 2009년 10월에 치러진 잔여 임기 2년 반짜리 양산 재선거의 경우에 당시 박희태 후보는 KTX와 도시철도, 지하철, 첨단의료산업단지, 미래첨단집적화센터, LED특화단지 등 대형개발사업과 국비지원을 얻어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으나 당선 이후에는 공약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국책사업을 양산에 유치하겠다는 약속은 처음부터 지킬 수도 없었던 공수표였다.

마지막으로 화성갑 유권자들에게 당부할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유권자의 자존심을 지켜내자는 것이다. 선거에서 승자는 여도 야도 아닌 유권자가 돼야 함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깐깐한 유권자로서 선거에 꼭 참여하여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화성갑 유권자의 선택이 전체 유권자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