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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책스캔과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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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책스캔과 전자책

지난 주말에 대형서점에 들를 일이 있었다. 책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것을 금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요즘 일부 학생들은 교재를 구입하는 대신에 친구로부터 책을 빌리거나 서점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본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지 파일로 만들고 싶은 책을 우편으로 보내주면 깨끗하게 스캔(scan)하여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보내주는 이른바 ‘책스캔’ 사업자들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큰 가방에 무거운 교재를 잔뜩 들고 다니던 때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책스캔이 보편화되면 해당 책의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란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책스캔이 도서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말고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까? 저작권법은 ‘사적 복제’라 하여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이용자의 복제를 허용한다.

불법복제 등 해결, 합리적 환경 조성

이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없다. 만약 자신이 구입한 서적을 대상으로 편하게 보기 위한 목적으로 스스로 스캔하거나 촬영해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옮긴 경우라면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아 저작권법 위반은 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만든 파일을 친구에게 전달하거나 인터넷 카페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면 이미 개인적인 이용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므로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책스캔을 대행해주는 사업자는 어떨까? 보호기간이 만료됐거나 저작권자가 어떠한 형태로의 이용도 허락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책스캔을 대행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책스캔은 결국 종이책에 있는 내용을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파일로 다시 만드는 것이므로, 저작권법이 말하는 복제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복제를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책스캔 사업자들은 사적 복제의 적용을 받는 이용자를 대행하는 것뿐이어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사적복제는 이용자가 스스로 복제하는 경우만이다. 최근 일본 법원에서도 ‘용의자 X의 헌신’의 저자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와 같은 근거로 책스캔을 대행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라는 판결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처음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책스캔이 우리나라에서도 영업적으로 이뤄질 정도로 성업 중인 이유는 무엇일까? 고속스캐너의 등장,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의 고도화 등 복제 기술의 발전과 함께 태블릿PC,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책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일 것이다.

무게를 줄일 수 있어서 훨씬 많은 자료를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강의실뿐만 아니라 지하철이나 커피숍에서도 쉽게 꺼내 볼 수 있다. 메모를 추가할 수도 있고, 참고자료들을 연결시켜 보기도 쉽다. 그런데 사실 스캔된 책보다 이런 기능을 더 잘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합법적으로 제작되어 제공되는 전자책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고 싶은 책이 전자책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면, 이미 구매한 책인데 똑같은 가격으로 전자책을 또 구매해야 한다면 책스캔 영업광고에 눈길이 가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루빨리 전자책 시장 활성화 됐으면

만약 이용이 편리한 전자책이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하면 책스캔 영업이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은 불법복제에 대한 우려, 복잡한 저작권 처리, 단말기 간의 호환 등 여러 문제로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 손쉽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돼 더 이상 책스캔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때를 기대해 본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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