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인치 바이 인치(Inch by Inch)

이제 곧 주말입니다. 영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본 ‘인치 바이 인치 (Inch by Inch)’란 영화를 추천 드립니다. 이미 만들어진 지 10여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배우 알파치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물론 탄탄한 시나리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지요.

최종전 결과 여부에 따라 팀 해체의 갈림길에 선 풋볼팀. 그 팀의 감독 알파치노는 영화 막판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필자의 가슴을 울리는 명대사를 남깁니다. “우리의 인생은 1인치 게임이야. 우리는 그 1인치를 전진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거야.

한 번에 1인치씩, 한 번에 한 플레이씩, 끝까지 가는 거야. 너를! 그리고 네 옆에 서 있는 네 동료들을 믿어라!” 승패의 결과가 궁금하신가요? 결과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여하튼 그 팀은 최선을 다해서, 죽을 힘을 다해서 상대팀과 격돌합니다. 맞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심화된 경쟁사회 속에서 우리는 단 1인치를 전진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사 파동으로 연일 후폭풍을 겪고 있는 정치권,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업의 순수성을 망각한 종교계, 부질없는 대학순위에만 연연한 채 대학 본연의 기능을 망각한 교육계. 지역사회와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이들이 과연 1인치를 전진하기 위한 목숨 건 싸움을 하는 걸까요? ‘1인치를 따내고자 하는 고민의 흔적’을 사회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어 진정 아쉬울 뿐입니다.

현실에서 알파치노와 같은 리더는 진정 찾기 힘들 것입니다.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되, 확실한 행동지침,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단호함을 보여야 합니다. 인기에 영합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리더는 결코 오래가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현실에 안주하고, 입에 발린 소리만 하는 팔로워(follow) 또한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세상과 주변을 바꾸는 데 마법은 필요 없습니다. 주변과 사회에 대한 조그마한 배려와 관심 그리고 희생이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1인치의 기적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늘 퇴근 후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간 바깥일로 조금 소홀했던 차에 1인치 더 다가갈 마음으로 말이죠.

김용규 경희대 체육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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