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달 말 인천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30명을 넘어섰다. 2007년 사회지도층의 나눔문화 활성화를 위해 아너소사이어티를 발족하고, 2008년 9월 첫 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탄생한 이후 5년 만에 마침내 30번째 회원을 맞게 된 것이다.

특히 2010년까지 4명에 그쳤던 개인고액 기부자가 지난 2011년 4명, 2012년 8명 그리고 올 해에는 현재 14명이 가입해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인천은 ‘짠물 도시’라는 오해를 벗고 서울,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개인고액기부자가 많은 ‘나눔의 도시’로 자리 잡았다.

공동모금회의 대표적인 개인고액기부 운동으로 1억원 이상을 완납하거나 5년 이내에 기부를 약정하면 되는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을 준비하면서 ‘과연 우리나라에 개인 고액 기부 운동이 정착될 수 있을까?’ ‘혹시라도 기부금의 많고 적음으로 나눔의 순수함을 서열화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 없이 기부문화가 정착되기는 어렵다. 이들 지도층의 나눔 실천이 일반 시민들의 나눔 참여를 독려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을 만나면서 매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기부와 나눔은 ‘지갑의 두께’가 아니라 ‘마음의 두께’에 달렸다는 것과 기부와 나눔을 위한 ‘기회’를 더 많이,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 거액을 기부함에도 무척 부끄러워하거나 수줍어했으며 오히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처음에는 이들의 말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성실하게 노력하고 절약해 정말로 피와 땀으로 모은 거액을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은 사람들이 대부분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해 연말, 익명을 요구하며 1억원을 쾌척한 한 회원은 “막상 나눔을 실천하려 해도 용기가 나질 않았다”며 “혹시 주변에서 돈 좀 벌었다고 위세를 떠는 것처럼 여기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나눔과 기부에 대해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위해 우리가 더 많이 말하고 또 더 자주 들어야 하는 말이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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