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제철 과실’이 보약

엊그제까지만 해도 무덥더니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 긴 소매 옷이 더 반가운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이다. 올해는 유독 날씨가 좋아 이대로만 간다면 올 농사는 대풍으로 이어질 듯하다. 지난해에는 태풍으로 과실이 많이 떨어져 값이 비싸 먹고 싶어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으나 올해에는 사과, 배, 감 등 가을철에 익는 과실이 모두 풍년이 들어 가격도 작년에 비해 싸질 것 같다.

‘풍년이 든 해 과실은 보약’이라는 옛 속담이 있다. 풍년이 든 해에는 날씨가 좋아 과실들이 병해충 없이 잘 익으며 또한 비타민 등 각종 영양분이 풍부해 건강에 좋기 때문에 생긴 속담이겠다. 이 속담처럼 올해같이 과실이 풍년인 해에는 값도 싸고 영양성분이 한 가득인 신선한 제철 과실을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요즈음 같은 환절기가 되면 유난히 감기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이럴 때는 소화와 해열에 좋은 잘 익은 배를 생과일로 먹거나 속을 파고 생강 한쪽, 도라지 반 뿌리와 꿀을 넣고 10분 정도 쪄서 배숙을 만들어 먹으면 감기예방에 탁월하다.

그리고 ‘하루 한 알의 사과는 의사를 멀리 한다’라는 영국 속담이 있듯이 사과에는 펙틴과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들은 대장암과 직장암을 예방하는 장내 지방산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사과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은 고혈압과 뇌졸중 예방에 도움을 주며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 예방에, 식이섬유는 노폐물 배설을 촉진시켜 변비와 복부비만 예방에도 효과가 좋다. 특히 사과의 신맛을 내는 유기산은 피로물질을 제거하고 각종 노폐물을 해독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사과를 많이 먹으면 기미가 없어지고 피부가 좋아지게 된다.

빨갛게 익은 감에는 비타민C와 비타민A 등이 많기에 특히 눈을 많이 사용하는 수험생에게 좋다. 또한 펙틴 등 수용성 식이섬유와 셀룰로오스 등과 같은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동맥경화, 관상동맥질환 등 심장병 치료에 도움을 준다. 떫은맛의 탄닌 성분은 몸속의 활성산소를 제거해 암, 고혈압, 뇌졸중 예방에도 좋다.

천고마비의 계절, 보약이나 건강기능성 식품 타령만 하지 말고 이러한 자연이 만들어준 사과, 배 등 제철 과실을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먹으며 서로의 건강을 챙기고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진정한 힐링이고 보약이 아닐까.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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