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격(格)을 말하자

계절도 계절 다울 때 그 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듯이 사람도 사람다울 때 존경을 받는다고 합니다. 올 여름은 정말 여름다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력 대란을 겪으면서까지 우리는 우리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서로가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높은 시민의식으로 여름을 잘 이겨냈습니다.

지난 여름을 통해 보았듯이 우리는 어려움을 함께 노력하여 극복할 줄 아는 민족입니다. 지난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의 정신은 고결함이 가득한 ‘이타행’의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세상은 요란한데 침묵하는 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말뿐인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침묵은 시대를 반영하는 역사를 만들어냅니다.

침묵은 국민을 계몽하는 건강한 정신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간디가 그랬고 우리민족의 독립과 분열을 막고자 노력했던 백범 김구 선생도 국민을 선동하지 않고 당신의 실천하는 양심으로 국민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두 분의 때 묻지 않은 그 순수함의 정신이 소리 없이 국민을 격이 살아있는 애국자로 만들어 스스로 조국애를 갖도록 하셨습니다. 조선의 군왕 정조 대왕께서는 “말하지 않아야 할 때 말하는 것보다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죄가 더 크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신하들에게 말씀하신 것이지만 신하들에게도 격이 있는 신하가 되라고 주문하신 것이라 여겨집니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는 사람들에게 귀로 듣는 훈련이 아니라 말을 하는 방법만을 가르쳐줘 듣는 이보다 말만 하는 이가 많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의무이행보다는 권리만을 쫓아가는 환경이 조성돼 이타행의 정신이 상실됨으로써 환경이 오염된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신은 물론이고 영혼까지도 오염돼가는 상황이지만 물질에 밀려 우리 스스로 그것을 모르고 있는 현실입니다. 자신의 격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진정한 시민은 내가 아닌 우리를 찾아내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격을 회복해 굴절된 정신을 치료하고 건강한 역사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역할이 아닐런지요.

우리가 세워가는 우리의 격이 살아 숨쉴 때 사회의 안녕과 번영이 함께 어우러져 격조 높은 우리의 문화를 만들어 냅니다. 쉬지 않고 오천년을 지탱해온 우리민족의 정신을 잘 담아내 시대의 주역으로서 지켜왔던 우리의 정신문화의 격을 지켜갑시다.

우호철 화성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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