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도쿄 올림픽과 양치기 소년

일본이 아베노믹스로 경기 회복의 시동을 걸고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로 또 한번의 경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림픽 유치에 따른 경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논쟁거리다.

실제로 지난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은 2조 달러의 부채를 갚는데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2004년 그리스 아테네는 올림픽 개최 이후 막대한 부채의 늪으로 더욱 빠져들었다. 최근 올림픽을 치른 영국 런던 역시, 내부적으로는 손익분기점을 지났다고는 하지만 이에 대한 외부의 회의적 시각은 적지 않다.

한편, 일본의 도쿄 올림픽 유치 소식을 접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림픽에 대한 일본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어 진단했다. 포춘지 역시 “일본 올림픽이 경제 기적을 다시 일으킬 것이란 기대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즉, 도쿄 올림픽 유치의 경제적 효과를 부각시키며 일본 정부의 막대한 재정 부채, 중국과의 관계 악화, 원전 오염수 누출 등 일본이 직면한 문제에서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에서 올림픽 유치 투표를 앞두고 방사능 위험에 대해 거짓말을 한 사실이다. 올림픽을 개최하고자 하는 일본으로서는 방사능 오염 문제는 이제부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세계 IOC 위원들을 상대로 금방 탄로 날 사기극을 펼친 것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후쿠시마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불참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올림픽 스포츠 스타들이 속출할 것이며, 도쿄 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국가들조차 선수단이 마실 물부터 각종 식료품 등을 본국에서 공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의 ‘올림픽 정신’은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선의의 경쟁, 공정한 참여, 객관적 평가’ 등과 같은 ‘가치의 상징’이 됐다. 지금도 일본이 위안부 할머니 문제와 납득하기 어려운 영토분쟁을 자초하는 모습은, 세계 평화와 인류애의 올림픽 정신을 외치는 일본의 모습과는 너무도 분리돼 있다. 아베 총리는 이제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길 바란다.

김영석 경기도수원월드컵 관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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