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 실종사건] 숨진 김씨 “아들이 나를 죽일 것 같다”

‘母子실종’ 사건의 재구성 
어머니가 걱정하던 시기에 차남, 친족살해 자료 수집

“아들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나를 죽일 것 같다.”

인천에서 모자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김모씨(58·여). 10억 원대 원룸 건물을 가진 그녀는 막내아들 정모씨(29)가 무서웠다. 지난 7월 20일 아무 말 없이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막무가내로 5천만 원을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국 막내아들 몰래 집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바꿨다.

김씨는 같은 교회 지인에게 “아들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무슨 일을 벌일 것 같다. 막내아들 눈빛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아 무섭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씨가 이처럼 변한 이유는 바로 돈이었다. 퀵서비스 배달원인 정씨는 지난 2011년 결혼하면서 어머니로부터 1억 원 상당의 빌라를 신혼집을 받았지만, 도박빚으로 처분했다. 이 때문에 어머니와 자주 다퉜다.

특히 지난 1년간 강원랜드를 30여 차례 오가면서 진 빚이 8천여만 원에 달했다. 그런 그에게 큰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돈을 주지 않는 어머니, 그리고 방해하는 형은 모두 증오의 대상이었다.

정씨는 치밀하게 패륜 범죄를 계획했다. 경찰이 정씨가 초기화시킨 컴퓨터를 복원한 결과, 지난 5~7월 모두 29편의 방송 시사고발프로그램 동영상을 내려받았다. 대부분 살인, 실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친족간 살해를 다룬 방송도 포함됐다.

또 인터넷 검색 내역에도 ‘등기서류’, ‘자동차 명의 이전’, ‘인천 뉴질랜드 화폐 환전’ 등이 존재했다.

정씨는 경찰에 어머니와 형이 실종됐다고 신고한 이후 어머니의 금반지를 처분하고, 형이 갖고 있던 뉴질랜드 화폐도 환전했다. 어머니 집에 있는 건물등기 서류에서도 정씨의 지문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도 정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정씨가 어머니와 장남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살해했는지를 밝혀내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민기자 sdm84@kyeonggi.com

인천 모자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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