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 실종사건, 결국 돈 때문에 생긴 비극?

‘母子의 죽음’ 돈앞에 무너진 천륜

인천 ‘모자 실종사건’ 어머니 추정 시신 발견… “다른 시신은 울진?”

며느리 진술 결정적… 실종자 차남, 수천만원 도박빚 쪼들리다 범행

돈 앞에선 천륜도 소용없었다.

인천 모자(母子)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강원도 정선의 한 야산에서 피의자의 어머니로 보이는 시신 1구를 발견하면서 결국 돈 때문에 빚어진 패륜범죄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해 야산에 유기한 혐의(존속 살해 등)로 둘째아들 정모씨(29)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13일 인천시 남구 어머니 김모씨(58)의 집에서 김씨와 형(32)을 차례로 살해한 뒤 14~15일 강원도 정선과 경북 울진 두 곳에 각각 시신을 유기한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정씨의 아내와 동행해 강원도 정선의 한 야산에서 청테이프와 비닐로 포장된 채 이불에 싸여 있던 실종자 김씨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확한 신원과 사인 등을 확인하고 있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인천 모자 실종사건은 한 달여 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실종자의 며느리 김모씨(29)가 지난 17일 시신 유기 장소를 털어놓으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어떻게 어머니와 형을 살해했는지 보지 못했다”면서 “지난달 14일 인천시 남구 학익동에서 남편이 몰고 온 차에 타고 정선과 경상북도 울진에 따라갔고, 남편이 시신을 유기할 동안 차에 앉아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동안 정씨에 대한 각종 정황증거만 있을 뿐, 정씨가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진술을 거부한 탓에 시신이나 살해도구 등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정씨의 형(32)도 살해된 채 울진의 한 야산 등에 유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씨의 아내가 지목한 장소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시신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신을 유기한 곳으로 알려진 정선과 울진은 모두 정씨에게 익숙한 지역이다. 도박에 빠진 정씨는 지난 1년간 정선 강원랜드를 30여 차례 오가며 진 빚이 8천여만 원에 달해 큰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 돈을 주지 않는 어머니와 잦은 불화를 빚었고, 울진은 정씨의 외가가 있는 곳이다.

정씨는 지난 22일 다시 체포된 뒤 자신의 범행을 아내가 실토하고,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됐음에도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정씨 형의 시신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며 “정씨를 상대로 범행수법과 동기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민기자 sdm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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