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글귀는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이 일제의 식민지로 있던 조선을 되살리기 위해 뼈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며 우리 자신에게 하신 말씀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0여년간 수많은 개발사업과 산업육성 정책 등을 통해 눈부신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그동안 전쟁으로 인한 폐허 속에 가난한 나라로 시작해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우리 국민은 먹고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오히려 훼손하기까지 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하지만 최근 몇몇 도시들은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자원과 산업유산 등을 활용해 도시를 재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청주시에는 1946년부터 1999년까지 53년 동안 지역 경제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과거 한국 최대 규모의 연초제조창(12만2천여㎡)이 자리하고 있다. 청주시는 최근에 공장이 폐쇄된 이후 흉물처럼 방치된 이 공간을 도시의 역사·산업유산으로 인식하고 문화와 예술 공간으로 재활용해 도시의 재생과 혁신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주시는 도시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전주 고유의 역사자원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이를 관광 및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후백제의 수도이자 조선왕조 500년을 꽃피운 역사도시 전주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담을 수 있었다.
근대문화도시로 잘 알려진 군산은 1899년 5월 1일에 개항된 항구도시다. 이곳은 식민지 시대에 일본의 쌀 부족을 보충했던 일본 상공인들의 경제활동 중심지로 역사적 아픔이 서려 있는 도시이다. 군산시는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東國寺)와 일본식 가옥과 건축물 등의 역사자원을 잘 보존하고, 과거 자료들을 근거로 해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함으로써 식민지 역사를 재조명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근대문화도시로 정착할 수 있었다.
이처럼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와 산업자원은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고 도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지역자원조사를 통해 역사문화자원, 생산품, 이야기 등의 유·무형 자산을 발굴해 지역의 잠재력을 높이고, 이를 활용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지역의 내생적 발전을 위해 주민과의 소통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동안의 지역발전 계획은 정부 주도하에 하향식으로 진행됐지만, 지역의 역량강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주민이 중심이 되는 상향식 지역발전 계획이 요구된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교육을 실시해 지역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들이 리더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한다. 이를 통해 단재 선생의 말씀처럼 우리의 과거 역사의 교훈을 재인식하고 작지만 희망적인 새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제는 계획가들의 환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도시가 아닌 주민의 시각에서 출발해 주민과 함께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즉 주민을 위한다는 ‘위민(爲民)정책’ 보다는 주민과 더불어 하는 ‘여민(與民)정책’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이우종 가천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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