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 전문의인 고교동창친구가 대학병원에 있는 내과전문의인 후배에게 필자를 소개하면서 필자가 무슨 중병에 걸린 것으로 소문이 났었다. 후배의사 덕에 병증은 치유됐고, 평소 테니스를 즐겨하던 필자에게 후배의사는 테니스가 너무 과한 운동인 듯 하다며 골프를 추천했다. 필자는 “월급쟁이가 무슨 골프냐?” 하곤 무시해 버렸다. 그리고 며칠 후, 지인이 찾아와 골프채를 사주곤 골프를 배우라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대중화된 스포츠지만 국토도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 몇 사람이 운동하자고 자연환경을 해친다는 생각이 있었던 터인지라 골프를 해보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인의 등살을 견디다 못해 결국은 골프 연습장에 가게됐다. 해가 바뀌어 봄이 온 3월 어느 토요일 쯤 이었는가 보다.
결국은 ‘티오프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지난 뒤 겨우 골프장에 도착했다. 약속시간에 늦었기 때문에 미안해하고 있었지만, 필자를 바라보는 지인의 눈빛은 차마 말을 걸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필자는 속으로 “뭐 약속시간에 좀 늦었기로 서니 저렇게 사람을 무안하게 하는가 ?” 하고 오히려 은근히 화가 났었다.
하지만 이후 골프장 약속이 보통의 약속과는 달리 더욱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엄격히 지켜야 하는 것이 ‘티오프 시간’이라는 것이고, 이것은 골프를 하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상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겐 결코 상식이 아니었다. 이후, 필자는 내게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남에게도 상식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게 됐다.
이철태 (사)한국지식재산교육연구학회장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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