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공약보고 투표하지 말자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선거 때 지키지 못할 거짓공약을 남발하고 선거 이후에 오리발을 내미는 거짓공약 피노키오 정치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선거공약이 국가재정의 범위를 훨씬 넘거나 가용예산에 수십, 수백배에 달하고 있다고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지난 4년 동안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제시되었던 당선자 공약만도 약 8만개이며, 대통령과 광역단체장 공약이행에만 340조원인 국가예산의 2년 규모를 넘는 718조원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덧셈을 해 보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국정공약 201개와 지역공약 106개 등 모두 307개였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재정은 국정공약에 135조원, 지역공약에 200조원 등 모두 실현하려면 335조원이 필요하다. 광역시도에서 매니페스토본부에 제출한 공약이행을 위한 재정계획은 총 383조원이었다.
국회의원 공약 8천936개와 기초단체장 공약 1만1천35개, 지방의원 공약 약 6만개에 필요한 재정은 아직 추계 중이다.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 때 주요정당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100개에서 300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유권자에게 제시한 공약기조는 복지, 일자리, 경제민주화이다. 증세 없는 생애주기별 맞춤복지, 창조경제와 중소기업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골목상권까지 넘보았던 재벌을 향해 던진 경고였던 경제민주화다. 그런데 취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어디서 재원을 마련할 것이며 어디에 얼마만큼의 돈을 쓸 것인지, 어떤 원칙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연차별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 가관인 것은 지자체가 앞 다투어 공약이행율이 80~90%에 달한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행태다. 매니페스토본부 분석 결과, 민선4기 기초단체장의 공약완료율은 49.56%였다. 민선5기 광역단체장 공약이행 재정집행은 지난해 말까지 약 40%에 불과했다. 민선5기 마무리 시점에서는 수조원이 필요한 공약 7, 8개씩을 대선 공약에 슬그머니 끼워 넣고 약 200조원에 달하는 공약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
이와 같이 정치권의 시대착오적인 거짓공약, 피노키오 정치 놀음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표를 얻기 위한 거짓공약을 뿌리 뽑자는 매니페스토운동의 역할은 막중하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지난달 대학생 기자단을 발족하고 대통령,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등의 공약 약 8만개를 데이터화하는 등 오는 9월 말까지 공약정보를 모두 한 곳에 모은 시민검증센터를 구축, 공개할 예정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은 것은 국민이다. ‘거짓공약’, ‘피노키오 정치’를 뿌리 뽑을 절호의 기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오는 10월에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거 때 한 말 다르고 선거 이후에 한 말 다른 정치세력에게는 매서운 회초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와의 약속에 무게가 실릴 것이고, 경고를 엄중히 받아드릴 것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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