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학원도… 태극기는 어디에?

부끄러운 광복절… 아파트·대학가·상가도 태극기는 없었다
원룸·상가건물 등 게양대 없는 곳도 많아 도내 곳곳엔 나들이객 북적

“태극기는 달고 나오셨나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아시나요?”

제68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수원 장안구 만석공원에서 만난 K씨(42ㆍ여)에게 질문을 던졌다.

K씨는 바로 “8월15일 광복절이잖아요. 아참 태극기는 달지 않았네요”라고 답했다.

광복 68주년을 맞은 이날 경기지역 일대는 그저 다름없는 공휴일에 불과했다. 도로에는 승용차를 타고 나들이를 떠나는 가족부터 집 근처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본보취재 결과, 상당수의 아파트에는 태극기조차 게양되지 않았다. 일부 철없는 청소년들은 광복절을 맞아 오토바이를 타고 폭주를 벌이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일본의 일부 우익단체가 ‘한국인을 죽이자’라는 망언까지 일삼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너무도 안일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성균관대 후문 주변 원룸촌.

경부선 성균관대역과 성균관대가 자리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이곳은 주점과 식당은 물론 자취생을 위한 원룸이 즐비하게 위치하고 있었지만 태극기를 게양한 곳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공서에서 도로변에 게양한 태극기가 눈에 띄였지만 그 뿐이었다.

한 쪽 골목으로 들어서니 4~5층 짜리 원룸 건물이 늘어서 있었지만 태극기를 게양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건물 자체에 태극기 게양대가 없다보니 태극기를 달고 싶어도 못다는 상황이었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한 남학생은 “친구와 함께 자취를 하고 있는데 태극기가 있을리가 없지 않느냐”면서 “원룸에는 태극기 게양대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화성시 반송동 예당마을 등 동탄신도시 내 아파트단지 역시 태극기를 게양한 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아파트는 1개 동에 태극기가 단 한 개도 걸려있지 않았다.

김포시 장기동 김포한강신도시 쌍용예가, 우남퍼스트빌, 삼성레미안, 중흥클래스와 고촌읍 현대힐스테이트, 북변동 동양파라곤 아파트 모두 마찬가지였다.

남양주 와부읍 강변현대홈타운, 세양청마루, 호평동 동양파라곤과 티테라스하우스도 태극기가 전무했다.

여름방학 기간 중 학생들이 많이 찾는 학원가 일대도 다르지 않았다.

단독이 아닌 상가건물에 입주해 있는 보습학원 중에도 제대로 태극기를 게양한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원이 밀집된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일대 상가건물은 1층 입구와 상가 두서너 곳에 게양한 태극기가 전부였다. 보통 3층 위로 들어선 학원에서 국기를 내 건 곳은 단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10층 높이의 바로 옆 건물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건물에 들어선 20여 개 학원 중 국기를 건 곳은 전혀 없었다.

특히 이들 건물에는 1층에 입주한 상가와 정문 외에는 아예 국기게양대가 마련돼 있지 않으면서 국기를 걸래야 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 영어학원장은 “솔직히 학원 밖에 국기를 달아야겠단 생각까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보다시피 국기를 걸려고 해도 게양대조차 없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석태진 광복회 경기도지부장은 “군포와 파주 등에 태극기마을을 만드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광복절의 의미는 물론이고 게양율이 낮아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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