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 솔선 여성 CEO 배양자씨 “에어컨 대신 부채로… 절전, 함께해요”

‘부채 나눔’ 아이디어 고안 식당 찾는 손님들에 제공 옛 향수ㆍ조상의 지혜 선물

“에너지 대란에 영업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부채 나눔’ 아이디어를 고안해냈습니다.”

‘우리 모두 절전합시다!’를 슬로건으로 걸고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께 에어컨 바람 대신 부채바람을 선물하고 있는 배양자씨(4).

배씨는 현재 안양·군포·의왕·중동 등지서 설렁탕 전문점 및 한정식점 등 총 5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여성 CEO다. 불경기에 너도나도 매출에 혈안이 돼 있는 요즘 같은 때, 배씨는 오히려 매출감소를 작정하고 나섰다. 바로 점포 내 에어컨을 끄고 대신 부채를 나눠주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인 것.

특히 손님들에게 이색적으로 절전을 홍보하기 위해 그는 부채에 조금은 색다른 표어를 적어넣었다. ‘부채 바람피우기’가 그것. ‘바람을 피우자’는 다소 자극적인 멘트로 점포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기대했던 손님들의 짜증 섞인 불만을 큰 웃음 한 방으로 날려버리겠다는 것이 배씨의 생각이라고.

블랙아웃 공포로 연일 전력 대난에 대응하기 위한 전국적인 노력을 언론을 통해 접할 때마다 배씨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귀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뜀박질에 땀범벅이 된 손녀를 위해 부채로 더위를 날려주시던 할머니의 품은 언제나 그에게 그리움의 대상이다.

배씨는 “어느새 우리는 여름을 너무 시원하게, 겨울은 너무 따뜻하게 지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어린 시절 할머니의 부채바람만큼 시원하고 정다운 바람은 느껴보지 못해 손님들께 어린 시절의 향수도 불러일으키고 ‘이열치열’의 미학을 즐긴 조상의 지혜 또한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배씨는 올여름 에어컨은 잠시 꺼두고 부채로 느릿하고 정다운 바람을 일으켜 추억으로 되돌아가는 여행을 떠나보자고 권했다.

자연과 사람의 소통을 꾀하던 조상의 지혜와 느림의 미학까지 선물하는 ‘힐링’아이콘, 배씨의 부채사랑이 더욱 값진 이유다.

안양=한상근기자 hs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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