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불편한 것을 고민고민해 기똥차게 만들자…
쓰레기통이 쓰러지면서 내뱉은 쓰레기들을 매번 손으로 주워담기만 한다면, 각기 다른 필기도구가 담긴 연필꽂이에서 필요한 펜을 찾느라 1분 이상을 소모하고 있다면 ‘불고기사랑’에 주목해 보자.
생활 속의 작은 불편들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발명계에 도전장을 낸 가운고등학교 발명 동아리 불고기사랑. 이들은 ‘불편한 것을 고민고민하여 기똥차게 만들자’는 의지를 담아 올해 처음으로 태동, 학생발명계에 다양한 발명품을 출품하며 남양주는 물론 경기도내 곳곳의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불고기사랑은 평소 발명에 관심이 있던 이민규 학생의 담임으로 손병수 선생님이 부임하면서부터 태동했다. 건축과 발명에 관심있는 학생의 창의성을 북돋아주기 위해 발명동아리 지도를 시작한 선생님을 따라 과학에 관심있는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한달여간 준비해 참가한 첫 대회에서부터 수상실적이 열렸다. 특상 3명, 우수 3명, 장려 2명, 입선 3명 등 준비한 시간을 보상하는 듯한 반응에 아이들도 신이나 발명에 대한 열정을 더욱 불태웠다.
학생들이 출품한 작품들은 실생활과 밀접한 것들이면서 누구나 한번만 고민해봤을 법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우선 2학년 이정완군이 만든 오뚝이쓰레기통은 누나 방을 청소하다 머리카락이 담긴 쓰레기통을 쏟은 이군의 불편에서 출발했다. 약간의 물리적인 힘에도 쉽게 넘어져 내용물이 밖으로 쏟아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쓰러져도 저절로 일어서고, 뚜껑이 열리지 않는 쓰레기통을 만든 것.
쓰레기통 밑은 반원 모양으로 만들고 그 위에 원기둥의 쓰레기통 몸체, 삼각형의 뚜껑을 조립해 쓰레기통을 쳐도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도록 했다. 또 뚜껑은 안에 스프링을 넣어 넘어져도 열리지 않고 사람이 밀어야 열리도록 했으며, 반원형태의 밑바닥과 몸체가 분리가 되도록 해 쓰레기통이 꽉 찼을 경우 가벼운 몸체만 따로 빼서 비울 수 있게 만들었다.
공변세포는 삼투현상에 의해 물이 들어와 공변세포안의 팽압이 증가하여 기공이 열리고 반대로 증산작용에 의해 물이 빠지면 닫히게 되는데, 풍선을 이용하여 세포벽의 두께가 다른 공변세포를 만들고, 두 개의 공변세포로 기공의 모형을 만들어 공기를 불어 넣고 빼주며 기공의 개폐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회장인 이민규군은 반 친구들을 위한 친환경 우산꽂이를 만들었다. 보통 우산을 양동이 형태의 그릇에 보관하는데, 우산들이 엉켜 자신의 우산을 찾을 때 불편하다는데서 착안,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 개인별로 우산을 보관할 수 있도록 바퀴가 달린 널판지에 아랫부분을 잘라낸 페트병을 꽂아 우산을 각각 보관하도록 했다. 친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박세환군이 만든 특이한 연필꽂이는 지름이 큰 플라스틱의 사탕통의 안쪽에 둥근계단 형태의 틀을 넣어 연필이 층층이 수납될 수 있는 통을 만들어 연필을 쉽게 식별하여 꺼내 쓸 수 있도록 한 발명품으로, 이를 보완 발전시켜 원추형으로 제작해 제6회 전국학생발명아이디어경진대회에 출품,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2학기에는 LG생활과학아이디어경진대회, 경기도학생발명아이디어경진대회, 발명장학생 도전 등 좀더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도 갖고 있다. 또 팀별활동으로 창의적인 투석기를 제작하여 벌이는 공성전대회 및 2014년 국제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선발대회인 전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대회 등에 참여해 창의력을 한껏 펼쳐볼 생각이다.
동아리 회장인 이민규군(2학년)은 “우리 동아리의 목표는 전국 1등”이라며 “발명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기술을 배움으로써 생각의 폭을 넓히고 대학에서 전문기술을 배우겠다는 계획이 생겼다”고 말했다.
발명을 시작한 계기도 다르고 각자가 걸어갈 길과 꿈도 다르지만 자신의 발명품을 설명하는 눈빛의 반짝임 만큼은 비슷한 불고기사랑 회원들의 기똥찬 앞날이 기대된다.
경기과학교육의 ‘히딩크’ “발명이 창조교육 결정체”
가운고등학교에 발명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물리선생님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올해 3월 부임한 손병수 선생님은 그동안 각종 과학 발명관련대회를 지도하면서 2000년부터 현재까지 800여명의 학생들이 수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기과학교육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인물이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을 비롯하여 60여건의 대회지도 우수교사 표창을 수상하고, 발명교육우수단체 표창을 비롯하여 10여건의 우수단체 및 우수학교 표창을 수상한 막강 경력의 소유자다.
-평소 수업시간에도 발명을 많이 응용한다고 하는데.
과학원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고민하는 편이다.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간단한 방법들을 활용하는데 아이들이 그런 점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예를들면 지휘봉이 없어도 종이를 말아서 지휘봉처럼 활용하던가 책을 빗면으로 만들어 일의 양에 대한 설명을 하는 식이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영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발명동아리를 지도하는데 주안점은.
학생들이 발명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불편했던 기억을 찾게 하고,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 했었는지,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은지 같이 고민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신이 나서 발명을 한다.
또 결과가 상으로 이어지면 무척 좋아하고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면서 ‘성공경험’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에너지로 축적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러한 에너지를 갖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주고 싶어 발명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이 발명활동을 하는 것의 장점이 있다면.
생활 속의 불편함을 느끼는 자세를 기르고,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찾다 보면 새로운 것을 스스로 알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새로운 발명아이디어가 생기고, 이를 반복하고 발명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글쓰기 능력은 물론 발표력까지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지적 내공이 향상되어 창조력이 길러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발명이야 말로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창조과학교육의 으뜸이라는 생각이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사진=김시범부장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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