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내가 본 괴물은 괴물일까 안괴물일까

마을 사제가 기도를 하는 중이었는데, 밖에서 아이들이 놀며 떠드는 통에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아이들을 쫒아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외쳤다.

“얘들아, 저 아래 강에 가면 무시무시한 괴물이 있단다. 어서 빨리 가 보거라 콧구멍에서 불을 내뿜는 괴물을 볼 수 있을 게다” 순식간에 마을 전체에 괴물이 출현 했다는 소식이 퍼졌고, 너도 나도 강가로 모여들었다. 사제도 이 광경을 보고 대열에 끼어들었다. 헐레벌떡 강가로 달려가던 중에 사제는 생각했다. “내가 지어낸 얘기이긴 하지만, 누가 또 알아!” - 우리가 만들어낸 신을 우리 스스로 굳게 믿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신의 존재를 남들이 굳게 믿도록 만드는 것이다. -

인도에서 태어난 앤서니 드 멜로 사제의 반짝이는 생각들을 모아놓은 책『바다로 간 소금인형』에 있는 ‘괴물이 나타났다’의 내용이다. 이 책은 내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일종의 안정제다. 하루가 불편했던 날이었거나, 내일이 불안한 날에 마음을 정돈하기 위해 이 책을 펴들곤 한다. 특정 종교적 관점을 넘어선 활동을 하는 사제를 보여주듯이 책의 내용은 시대와 지역에 상관없이 인간살이에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일화를 통해 스스로를 다시 한번 성찰하게 한다.

괴물은 관심을 보이는 만큼

괴물스러워지고

우리의 귀중한 일상은

하나 둘 괴물들 사이로 사라진다.

세간에 오르내리는 큰 이슈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들을 들여다보자.

화면 밖에서 바라보아야

괴물인지 안괴물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괴물을 보러 같이 뛰어가던 사제는 점차 괴물의 존재를 믿기 시작한다. 코에서는 불을 뿜는데 그 열기가 너무 뜨거워 귀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입은 귀까지 찢어져 있어 뭐든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크다는 식의... 괴물은 점차 괴물답게 발전하고 있어, 사제는 자기가 얘기한 그 괴물 말고 다른 진짜 괴물이 나타났다는 생각에 이르고 만다.

아마 좀 더 긴 글로 이루어진 책이었다면 이렇게 발전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일본 애니매이션 센과 치히로에 등장하는 가오나시 요물처럼 거짓된 것을 먹으면서 자꾸 커져 오히려 그 자체가 두려움이 되어버려 스스로 만든 괴물에 눌려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역현상이 일어나는… 앤서니 드 멜로 사제라면 한발 더 나갔을 것이다.

괴물이 오길 한동안 기다렸으나 괴물이 나타나지 않자 모두 마을로 다시 돌아왔는데 어떤 집은 밥이 다 타버렸고, 어떤 집은 도둑에게 털렸고, 어떤 집은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괴물은 관심을 보이는 만큼 괴물스러워지고 우리의 귀중한 일상은 하나 둘 괴물들 사이로 사라진다.

세간에 오르내리는 큰 이슈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사건이 되어버린 괴물 뒤로 정말 중요한 일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화면 밖에서 바라보아야 괴물인지 안괴물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민병은 (사)한국문화의집협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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