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 주간 동안 프랑스의 수능으로 일컬어지는 바칼로레아가 치러졌다고 한다. 올해는 3주간 치러진 철학축제 마지막 날에 시험이 치러졌다고 한다. 사회전체가 철학적 화두에 응답하는 철학축제가 열린 것이다. 프랑스 사회가 얼마나 심각하면 그러하냐고 묻기 이전에 사회 문제를 철학적 사유의 독려로 해결해 보고자 하는 과감한 자신감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충북문화재단 방문을 위해 청주에 갔을 때 알게 된 예술대학생들의 폐과 투쟁을 접하고 온 이후 풀리지 않는 착잡함이 더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유는 이렇다. 학교 평가 기준에 취업률과 충원률(자퇴생에 의해 생기는) 이 대학 평가 기준에 반영되다보니 이 두 개의 지표에 불리한 기초학문 학과들은 통폐합되거나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신설하거나 증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 동네에서 한명의 예술가를 만나고 왔다. 현재 이 작가는 동네 상인회와 함께 동네 공동의 활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말 걸기를 시작했다.
동네 폐지할머니를 한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6ㆍ25전쟁 이후 살기위해 동네 어르신들이 길렀던 콩나물 농사를 다시 해보자는 생각도 복안으로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적 활동들을 펼쳐가고자 생각하고 있다. 예술이 갖는 활력과 역동성을 믿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기초학문을 위한 대학의 학과가 점차 사라지는 지금 지역문화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정책은 이렇다. 창조적 인간이 향후 살길이며 특이성과 정체성을 갖는 문화인적자원으로서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역자원의 창조적 활용을 위해 창조지표와 지수개발을 해야 할 것이며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브랜드 부가가치 창조를 외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민관의 연계체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활동을 위해 필요한 학문은 무엇이고 또 누가 할 것인가?
오랫동안 현장에서 묵묵히 지역사회 공동체를 위해 문화활동을 펼쳐온 문화시설 종사자들은 창조적 활동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누군들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동네 주민들과 함께 마을에 필요한 이슈들을 문화적으로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을 알고 있고 그렇게 해왔다. 예술가들과 주민들과 함께 동네의 이야기를 나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기획이고 창조적 활동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런 활동들은 오래 된 낡은 정책에 의해 생겨난 것이므로 새로운 가시적 시설을 만들어 신현장을 만들고자 한다.
중앙의 정책은 지역의 현장에서 수렴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뽀대나는 틀을 만들어 놓고 공약과 실적에 맞춰 현장을 늘렸다 잘랐다 할 수 없는 일이다. 지역현장에서는 그게 그것이므로 단지 갈아 타기 식으로 늘이거나 줄여서 받아들일 뿐이다.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
정해진 목적 달성을 위한 활동은 그 자리에서 반복된 운동일 뿐이다. 상황과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특이성을 내재한 변화하는 정체성이 지금 우리에겐 필요하다. 자동차를 로봇으로 바꿔내는 창조적 상상력을 아주 조금만 빌려보자.
민병은 (사)한국문화의집협회 상임이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