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안도 3.0시대’ 찾아가는 치안서비스 필요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결혼, 취업, 이민, 교육 등 다양한 이유로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국내 치안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법무부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50만 명을 넘어섰고, 이중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이 7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다문화 가정은 문화와 환경적으로 다양한 사회적인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가정폭력이다. 대다수 다문화 가정은 내국인 부부 이상으로 화목한 생활을 하지만 일부 다문화 가정은 남편의 폭력 때문에 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폭력문제는 가부장적 성향이 강한 일부 한국 남성들이 외국인 아내와의 문화적 갈등을 폭력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총 8천417건으로 2007년 1천674건에 비해 무려 5배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결혼 이주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경찰 신고로 인해 한국 국적취득에 불이익을 받거나 남편의 폭력이 악화 될 것을 우려해 신고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서툰 한국어로 인해 경찰에 신고해도 자신을 변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낮은 신고율에 한몫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남편의 잦은 폭력에 시달리다 ‘찾아가는 외국인 범죄예방 교실’을 통해 과천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한 캄보디아 출신 여성도 경찰신고로 인해 이혼을 당하면 한국 국적도 못 가진 채 자식과 이별을 하고 본국으로 쫓겨나가는 것을 염려해 신고 자체를 주저했다고 한다. 지금은 외사요원의 지속적인 상담으로 정서적 안정을 되찾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찰이 가정폭력 및 각종 범죄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언어통역이나 법률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에게는 경찰관서나 공공기관과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는 그들이 공공기관을 자연스럽게 방문하여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먼저 찾아가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러자면 경찰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관계부처가 칸막이를 없애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거라는 학자들의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피부색과 문화, 언어는 다르지만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은 이미 도시 산업현장이나 농촌 할 것 없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득수준과 문화수준이 높고 낮음을 떠나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중요한 성장 동력임에는 분명하다.

우리 스스로가 다문화 가정을 이방인이 아닌 이웃이자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변화부터 시작하자. 나아가 그들이 우리 사회에 살면서 힘들어하는 것들을 세세하게 찾아내어 개선해 주는 노력도 배가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이 폭력에 노출되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맞춤형 선도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정부 3.0 이자 치안 3.0 아니겠는가.

 

변관수 과천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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