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성년후견제도에 관심을

작년 연말 지인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이분은 장애인복지시설에 운영위원으로 필자와 함께 활동하시는 분이다. 이분의 아들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 시설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저녁을 함께 먹고, 이후 2시간이 넘게 심각한 하소연을 듣게 되었다. 본인에게 딸과 아들이 있는데 딸이 얼마 전 사윗감으로 한 청년을 집에 데려왔고, 호감을 주는 인상에 성격과 생각도 참 바른 보기 드문 청년이었다는 것이다. 청년은 딸과 함께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지방 소재 학교에 교사로 재직 중이며, 결혼과 함께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 근처에 신혼집을 꾸리고 싶다는 것이다.

이분은 딸이 건실하게 장성해 자기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다는 것은 참 기쁘고 감사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혼자 남게 될 아들은 어떡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본인과 배우자의 사후(死後) 아들을 위해서 평생 모아둔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물어왔다. 딸과 사위 될 사람에게 아들을 맡기고, 아들을 위해 평생 모은 재산도 동시에 관리를 맡겨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위에서 형제나 친지, 장애가 없는 다른 자녀에게 장애 자녀의 살길을 위해 모아둔 재산을 관리하라고 넘겨주었을 때, 재산의 관리를 맡은 사람들이 재산만 따로 챙기고, 장애자녀를 시설에 보내버리거나 방임 또는 유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분에게 성년후견제도를 소개해줬다.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질환이나 치매, 낮은 지적능력 등을 가진 사람들의 미필적이고, 불합리한 상행위 거래나 법적 책임을 지는 계약 체결 등을 방지하고, 이들의 자산을 보호하고자 2011년 3월 민법이 개정(법률 제10425호)되면서 입법된 새로운 제도이다.

동 제도는 이전의 행위무능력자제도보다 성년후견을 받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의 존중, 잔존능력의 활용, 특정한 내용을 제외한 많은 부분을 피후견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제도이다.

올해 7월1일부터 성년후견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제도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제도를 잘 모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제도를 수행해야 할 기관이나 조직들에서도 관심을 갖고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달장애 자녀나 치매,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그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역할을 할 제도인 성년후견제도에 대하여 우리 모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이 제도를 수행해야 할 기관들이나 조직들은 제도에 관한 홍보 및 교육에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

양희택 경기복지재단책임연구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