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가 나오면 꼭 같이 보러 가야지 나도 모르게 또 그런 생각해요. 습관이란 무섭죠 생각처럼 안 돼요.” 가을 닮은 목소리의 매력에 팬이 된 가수 이수영의 노래 ‘라라라’ 한 소절이다. 헤어진 연인과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애절한 심정이 가사에서 묻어난다.
지난해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야생동물공원에서 치타와 사진을 찍기 위해 우리 안으로 들어간 영국여성이 치타의 공격을 받아 물어뜯기다가 살아난 일이 있었다. 이때 남편은 밖에서 이 광경을 촬영하고 있었다고 전해져 찍는 습관에서 오는 허탈함을 남긴 사건이다.
아침에 신문을 보다가 사진 속의 얼굴이 잘 안 보여서 엄지와 검지를 벌려 키워보려고 했다. 스마트한 습관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메모하던 습관은 스마트폰의 녹음기능으로 갈아치운 지 오래다.
요즘 학생들은 칠판에 과제를 적어주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간다. 지난달 중간시험 때는 스마트폰에 미리 찍어 둔 모범 답안을 커닝하는 학생을 처벌하기도 했다. 스마트 마니아들은 모든 행동에서 스마트폰과 한 몸이 되어 찍고 녹음하며 스마트한 교신을 이어 간다.
얼마 전 학생들 앞에서 한 음란행위로 직위를 해제당한 교사의 보도는 사건 발생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업로드 되면서 시작되었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압박 역시 스마트폰 통화내용이 인터넷에서 확산됐고, 이에 박 대통령은 甲乙관계의 철폐와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해 밀어내기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는 기존의 중앙 감시식 권력구조인 파놉티콘(panopticon)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시민이 정부를 감시하는 사회구조를 가져온 역파놉티콘으로 설명된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 된다고 했던가. 평소 집을 나서는 방향이 늘 오른쪽인지라 주말 외출 시 왼쪽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차는 이미 우회전으로 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잠시 망연한 적이 있다. 단순한 일에서도 이러하니 나쁜 습관은 더 빨리 드는 법.
감동의 순간들을 카메라에 저장하고는 추억이 달아나지 않을 것으로 꾹 믿어버리는 스마트몹(smart mob)에게 권한다. 스마트폰보다 더 스마트한 습관을 위해 눈으로 하늘을 보라고. 진하게 묻어나는 뭉클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셔터부터 눌러대는 습관 치우고 나면 섬세한 공기가 마음에 담긴다. 스마트한 그대들은 가슴으로 느끼는 그리움의 숨소리를 아는가?
이미숙 (사)한국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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