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작지만 강한 대학들

대개 크고 많은 것에 사람들은 관심과 동경을 갖곤 한다. 그 반대로 작고 적은 것에 대해서는 흔히 소외되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그런 관계에 있다.

그렇지만 작은 기업이라고 해서 경쟁력이나 역량도 꼭 작은 것만은 아닌 경우도 있다. 이름하여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고 불리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도 있는데 해당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시장점유율도 높은 그런 기업들이다.

대학 중에도 이렇게 작지만 강한 면모를 갖춘 대학이 있을까? 미국에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라는 이름의 미국에 거의 독점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고등교육 기관의 한 종류인 다소 독특한 유형의 대학이 있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어학 등 교양과목에 중점을 둔 학부 중심의 4년제 대학이다. 교수와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는 학풍이 매력으로 꼽히며 대학원에 진학할 학생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지에서 전국 대학(National University) 랭킹과 별도로 전국 리버럴 아츠 칼리지 랭킹을 발표하는데 2013년 기준으로 상위 10개교의 재학생 수 평균을 보니 4학년 모두 합쳐서 불과 1천836명으로 한 학년에는 459명이 재학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 대학 상위 10개교의 평균재학생 수는 총 5천748명으로 한 학년에 1천437명이 재학하고 있어서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전국대학 평균에 비해 1/3 정도다. 학생 수는 이렇게 적지만 교육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교수 대 학생 비율은 매우 높아 대개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0인 이하이며, 상당한 분량의 다분화한 수업 커리큘럼을 이슈화하게 하고 균형잡힌 교육을 실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다양한 대학 진학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도 깊이 고찰할 필요가 있겠다. 이제 2016년에는 대학의 총정원보다도 입학생들의 숫자가 적어지는 공급초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대학 가기 쉬워질 것 같아 좋아할 학생들이 있는 반면, 생존의 위협을 느낄 지방의 중소대학들도 등장할 것 같다.

대학마다 차별화와 특성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환경 변화 때문일 것 같은데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대학 제도의 탄생도 기대해 본다. 미국 대학들의 재정 건전성 확보 노하우와 시스템도 함께 벤치마킹해야 좋은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연성 인하대학교 산학협력 선도대학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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